지난 4월 강원도 동해안 일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3건의 산불은 인근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렸다. 동해안 5개 시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시설물 4,829건과 산림 1,757㏊가 피해를 입고 이재민도 1,290명이나 발생해 가장 큰 피해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이렇게 피해가 커진 것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동해안 지역의 겨울 가뭄과 봄철 ‘양간지풍’이라 불리는 강한 바람, 소나무 숲이 많은 지역 특성, 휴양 등산인구 증가, 귀농 귀촌에 따른 산림 연접지 펜션과 전원주택 개발 등 사회·문화적인 환경변화로 산불이 쉽게 확산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여름철의 고온건조한 날씨와 마른장마로 인해 지난해에는 가을철에 발생한 산불보다 많이 일어나는 등 연중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강릉시 산불의 경우처럼 심야에 깊은 산속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비중도 높아져 가고 있다.
산불 횟수도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연간 200건 내외였던 산불은 이제 두 배 이상 증가한 430여건에 달하고 최근 3년 동안 동해안 지역에만 대형산불이 3년 연속 발생해 피해면적만 3,453㏊에 이른다.
이렇게 산불재난이 연중 발생하는 여건으로 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지상진화 체계의 정비가 시급해졌다. 산림청이 발표한 2019년 산불방지대책을 보면 봄철과 가을철 산불방지 기간 중심의 산불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외 발생하는 산불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으나 인력이 300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
2018년 처음 운영되기 시작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소방청 의용소방대와 비교해보면 턱없이 지원이 부족하다. 지상 진화에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인력을 확대하고 고용기간 연장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또 산불은 사회재난 중에서도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인만큼 지속적인 재원투입을 통해 재난의 사전예방을 강화하고 산불 진화차 확보와 겨울철 산불대응을 위한 장비와 인력 확보도 시급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번 강원도 산불의 경우 산림과 연접한 마을과 펜션 등에 피해가 집중된 만큼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산림과 인접한 곳에서의 건축허가에는 이격거리(WUI)와 같은 개념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산림과 인접한 건축물을 산불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을 주변과 요양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주변에 안전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하는 등 재난 취약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이번 강원도 대규모 산불재난을 계기로 이러한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공중과 지상진화 체계의 전문성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