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과거 검찰이 인권을 침해했거나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발족했다. 위원회는 법무부에, 실무기구인 진상조사단은 대검찰청에 별도로 설치됐다. 과거사위가 그간 조사한 17개의 사건은 다음과 같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유우성씨 증거조작 사건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용산지역 철거 사건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 △PD수첩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삼례나라 슈퍼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 △피의사실공표죄 수사사건 △선임계 미제출 변론사건
◇진상규명·제도개선 이끌어낸 검찰 과거사 조사=검찰이 잘못을 인정하거나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는 등 검찰 과거사 조사의 성과가 적지 않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며 “검찰이 당시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형제복지원 인권침해가 밝혀지고 적절한 후속조치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 대한 과거사위 권고로 국선변호인을 피의자 단계에까지 확장하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추진에 착수했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검사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상태다.
김 전 차관 사건처럼 재수사가 시작돼 수사단이 꾸려진 경우도 있었으나, 장자연 사건처럼 공소시효가 완성되고 증인과 기록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 재조사 후반부에는 진상규명이 아닌 재수사 권고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권 남용에서 출발한 과거사 정리 작업이 또 다시 검찰 수사에만 의존하는 모양새다.
정한중 과거사위 위원장 대행은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검찰이 그간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거나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 적이 없다”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검찰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 활동이나 심의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법률 제정으로 이어지면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외압 주장·내분…각종 논란으로 ‘시끌’=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은 여러 논란에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과거사위는 법무부에, 실무기구인 진상조사단은 설치된 탓에 출범 초기부터 엇박자가 나온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상조사단 요청으로 활동기간을 4차례 연장하는 과정에서 과거사위와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다.
조사단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한 조사팀원 의견이 갈려 “성폭력 혐의점에 대해 수사권고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팀원들이 “팀 차원의 의견이 아니”라고 곧바로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김학의 사건 조사팀원이던 박준영 변호사는 김 전 차관 구속에 대해 “뇌물 혐의로 구속한 후 성폭력 혐의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며 “의도와 관계없이 권력의 의지와 여론의 압력으로 사람을 잡아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교수 등 민간인들로 단원이 구성돼 검찰 관계자를 조사하는 데 있어 한계도 노출했다. 조사단 총괄팀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사건과 관련해 검사들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용산 참사 사건과 관련해서도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팀이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해 민간인 신분의 조사단원은 심적 압박을 받는 등 여러 한계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에 대해 대검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김용민 주무위원 주장도 사실공방으로 번졌다.
고소·고발전도 이어지고 있다. 용산 참사 수사를 맡았던 박종범 변호사는 “검찰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에 나와 있는 객관적 사실이 아닌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객관적 사실인 양 적시했다”면서 이후 사법절차를 통해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 등장인물로 지목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검찰에 과거사위와 조사단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냈다. 재조사는 종료됐지만 과거사위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