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분야는 국가가 큰 비전을 갖고 일관되게 끌고 나가야 합니다. 큰 포부와 야망,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민간은 효율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양측이 잘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세계 위성 발사 시장 1위인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스테판 이스라엘(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우주계획이 자주 바뀌면 안 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유럽 12개국, 53개사가 출자해 지난 1980년 설립됐다. 현재 프랑스가 60%가량의 지분을 갖고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으며 본사도 파리에 있다.
그는 “현재 아리안-5로 세계 위성 발사 시장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수요는 그리 많지 않고 수출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해외 고객들을 긴밀하게 관리하며 신뢰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3만6,000㎞ 상공 정지궤도에서 기상관측과 통신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천리안-2A호를 발사할 때 프랑스령인 남미 기아나에서 이 회사의 아리안-5 로켓을 이용했다. 올해 말에서 내년 2월로 발사가 늦춰진 천리안-2B호도 아리안-5에 실려 같은 장소에서 발사된다. 그는 “아리안-5에는 한국의 22개의 원격측정기(telemetry box)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우주국(ESA)이 에어버스 사프란 론처스에 24억유로(3조1,898억원) 규모로 발주해 내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인 아리안-6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아리안-5보다 발사비용이 40~45% 절감되고 재점화 엔진이 장착돼 위성의 크기에 따라 여러 지역에서 분리해서 쏴 위성을 더 정확한 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아리안-6와 별개로 새로운 저비용 발사체 엔진인 프로메테우스를 내년부터 시험할 예정이며 재회수할 수 있는 칼리스토·테미스 등도 개발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대표는 “아리안-6에 앞서 개발되는 (소형 위성용) 베가-C는 2~3톤의 레이더와 광학위성에 매우 적합하고 아리안-6와 베가-C는 소형 위성들의 다중발사에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교했다. ESA와는 오는 2024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선도 아리안-6로 발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위성 시장의 흐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200여개의 정지궤도 위성이 발사됐는데 지난해에는 8개의 정지궤도 위성 주문이 이뤄져 주문량이 줄고 있다”며 “최근에는 군집위성 프로젝트와 저궤도·중궤도 위성 시장이 늘고 있다. 항우연의 정지궤도 위성 시리즈나 지구관측 프로젝트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3년 뒤 매주 한 차례씩 발사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아리안스페이스는 발사를 연 11~12회 하는데 시장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숫자다. 발사는 고객이 있어야 해 말하는 것과 실제 쏘는 것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을 목표하는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성공을 위한 조언도 내놓았다. “정부가 길게 보고,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산업계의 호응이 잘 이뤄져야 하고요.”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