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문검사가 뛴다] 이헌주 부장검사 "굴뚝경제에 멈춘 노동법 개선 필요"

"시간·장소적 노동 유연성 많아진 4차산업시대와 안맞아"

노동수사에 탁월한 실적...후배검사 등에 실무경험 전수도

이헌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검사./성형주기자이헌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검사./성형주기자






“현행 노동법은 전일제 정규직 근로자가 해고당하는 순간이 도래하기 직전까지 직장으로 출퇴근해 일하는 상황만을 고려한 1970~80년대 ‘굴뚝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미국의 ‘우버’ 같은 회사처럼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의 출현으로 노동에 있어 시간적·장소적 유연성이 많아진 근로여건을 포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공안검사’라고 하면 논란이 많은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노동자와 정치인을 옥죄고 억압하던 ‘과거’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사실 공안검사는 노동자나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한 노동행위는 물론 불법과 파견·도급 등 고용형태의 적법성에 대해 판단하는 일을 주로 한다. 하지만 명성이 높은 대부분의 공안검사는 사용자보다 쟁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노동자의 폭력과 불법적 파업 행태를 주로 수사하고 처벌하는데 무게 중심을 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공안부 사건의 90% 이상은 노동사건이고, 노동사건 73% 가량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이다.


그러나 모든 공안검사가 그렇지 않다. 처벌 위주의 형법적 사고가 아닌 노동자의 근로환경과 산업발전을 걱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보는 검사도 있다. 3일 서울경제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만난 이헌주 형사9부 부장검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부장검사는 검사경력 대부분을 공안분야에서 쌓은 ‘공안통’이지만 이력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과거보다는 미래, 사업자 보다는 노동자, 그리고 산업 발전 측면에서 노동법과 형법을 얘기하는 전문검사로 불린다.

이 부장검사는 인천항운노조 취업비리 사건과 위장폐업 수법으로 체당금을 타낸 조선소 협력업체 관련 노동수사 등 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실적을 올리며 2016년 노조·단체협약 분야에서 블루벨트(공인전문검사 2급)를 받았다. 창원지검 근무 시절 조선임가공 업체 3곳 검거로 적발한 체당금 9억7,000만원은 전년도 대비 전국 적발액의 277%에 달하는 규모로 지금도 회자되는 역대급 수사실적으로 꼽힌다. 그는 당시 수사사건에 대해 “회사가 없어지면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법적 사각지대를 악용한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사례로 노동현장을 반영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같은 수사실적은 그의 학구열 덕분이라는 게 이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그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고려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노동법 연구자이기도 하다. 2012년에는 동료 검사와 ‘쟁점별 노동법 해설서’를 집필했고 후배 검사나 근로감독관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통해 수사 실무 경험을 수시로 전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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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검사는 현행 노동형법(노동영역을 규율하는 형법규범의 총체)을 산업과 노동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맞게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버 같은 플랫폼 근로자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순간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어플 설치가 근로 계약에 해당하는지와 플랫폼 측으로부터 차단당할 때 이를 해고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서둘러 고민하지 않는다면 관련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사현장에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노동사건은 검찰 내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중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해 대검찰청도 지난 4월 노동사건 수사의 전문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동법학자 6명을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수사 전문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이 부장검사는 “검사가 어떤 분야를 맡든 전문가가 되어 정확한 법리 판단을 해줘야 한다”면서 “노동사건처럼 특유의 법리가 존재하는 분야에서 검사가 법을 모르고 사건을 처리한다면 국민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력

△1972년 대전 출생 △1996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98년 40회 사법시험 합격 △2001년 사법연수원 30기 수료 △2010년 대검찰청 연구관 △2014년 국가정보원 파견 △2015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검사 △2016년 창원지검 공안부장검사 △2017년 법무부 공안기획과장 △2018년 서울중앙지검 조세·사행행위범죄전담부(형사제9부) 부장검사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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