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자국민에 "美 여행 주의보'...외교 보복카드 또 꺼낸 中

'유학 경계령' 하루만에 자제령

"관세폭탄·화웨이 제재 의식한듯"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인들에게 미국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자 중국이 또 다른 외교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문화여유부가 이날 자국인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미국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고 전했다. 문화여유부는 미국에서 최근 총기사고와 절도 등이 빈발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미국의 위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라고 경고했다. 또 해외로 떠나는 자국인이 목표지에서 안전하게 지내려면 현지 안전 상황, 관련 법과 규정을 숙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치안을 이유로 미국 여행 자제령을 내렸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와 화웨이 제재를 의식해 중국이 자국민들에 미국 여행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미국 여행 주의령이 무역갈등과 관계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근 현지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관련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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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이 확전으로 흐르면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관광객을 동원해 미국에 보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무역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여름에도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미국 여행 경보를 발령했으며 미국도 중국 여행 경보로 맞선 바 있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7% 감소한 290만명에 그쳐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2017년 기준으로 미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한 나라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관광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중국 교육부가 미국 유학 비자 발급 등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발효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전날 중국 정부는 미국이 현지 중국인 학생들의 연구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전날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미 사법당국이 출입국 조사나 방문 조사 등을 통해 중국인을 괴롭히고 있다”면서 외교부와 미국 주재 대사관·영사관이 현지 체류 중인 중국인과 중국 자본 관련 기관들에 안전에 유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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