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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력 좋고 분위기 좋고...'리틀 태극전사' 세네갈 넘어라

■세계 스포츠 휩쓴 '코리안데이'

U-20 월드컵 日 꺾고 8강

전반 탐색 끝내고 후반 공격 효과

193㎝ 오세훈 2경기 연속 헤딩골

애국가 부르며 기선제압한 이강인

"집중마크, 다른쪽 기회 열려 좋아"

9일 새벽 신흥강호 세네갈과 4강전

36년만에 '멕시코 신화' 재연 눈앞

U-20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5일 한일전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현지 교민 등 한국 응원단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U-20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5일 한일전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현지 교민 등 한국 응원단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6강 일본전에 앞서 국가 연주 때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는 이강인. /연합뉴스16강 일본전에 앞서 국가 연주 때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는 이강인. /연합뉴스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이강인(18·발렌시아)은 잘하는 게 또 있다. 애국가 크게 부르기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일본과의 16강까지 매 경기 시작 전 가장 크게 애국가를 불렀다. 열살 때 유학 간 스페인에 쭉 머물다 보니 우리말이 조금 어눌해졌지만 그래서 더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에 신경 쓰며 부른다.

이강인은 “1차전 때 포르투갈 선수들이 국가를 엄청나게 크게 부르더라. 저는 맨 끝에 있었는데 다 들릴 정도였다”며 “그런 데서부터 기선 제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전을 앞두고는 경기장을 찾을 한국 관중에게도 “국가 연주 때부터 우리 팀이 압도할 수 있게 애국가를 크게 같이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5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 한일전에서도 이강인은 쩌렁쩌렁하게 애국가를 불렀고 경기 후에는 “같이 크게 불러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리틀 태극전사’들이 숙적 일본을 1대0으로 누르고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권창훈·류승우가 뛴 지난 2013년 터키 대회 후 6년 만의 8강이다. 이제 세네갈을 상대로 4강을 준비한다. 오는 9일 오전3시30분 비엘스코비아와경기장에서 세네갈을 넘으면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를 36년 만에 재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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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포메이션으로 나선 전반에 볼 점유율이 28%에 그칠 만큼 수비 위주로 탐색전을 펼친 한국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주력이 좋은 엄원상(광주)을 투입하면서 4-4-1-1의 공격적인 전술을 꺼내 들었다. 결승골은 연장 분위기가 피어오르던 후반 39분에 터졌다. 정호진(고려대)이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공격을 끊은 뒤 왼쪽 수비를 흔들었고 일본이 걷어낸 공이 측면 최준(연세대)의 발 앞으로 갔다. 최준은 울산 현대고 동기인 오세훈(아산)의 머리에 정확히 맞혀줬다. 193㎝의 장신 공격수 오세훈은 수비 한 명의 방해에도 감각적으로 방향을 살짝 돌려놓았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1 승)에 이어 2경기 연속 헤딩골을 작성했다.


운명의 한일전이라지만 우리 선수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압도적 우세인 U-20 대표팀 간 전적은 29승9무6패가 됐고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16강에서 연장 끝에 1대2로 졌던 아쉬움도 되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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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전에서 ‘택배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한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은 이날은 공격 포인트를 보태지 못했지만 여전히 번뜩이는 플레이로 눈을 즐겁게 했다. 3명 사이에서 볼을 지킨 채 빠져나오는 ‘탈압박’과 날카로운 프리킥, 환상적인 턴 동작, 동료들을 이용하는 움직임으로 활기를 더했다. 막내 이강인은 “탈락해도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했는데 형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 오늘 경기에 나서지 못한 형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의 견제에 코 부분을 가격당하기도 한 그는 갈수록 거친 집중 견제를 견뎌내야 하고 체력적인 부담도 극복해야 한다.

이강인은 “집중 마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쪽에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며 “(체력적인 문제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성장하고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5분에 골망을 출렁였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확인됐고 후반 33분에는 결정적인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세네갈은 2015년 4강에 오른 신흥 강호다. 16강에서 나이지리아를 2대1로 꺾는 등 이번 대회 3승1무에 7골 1실점 중이다. 4경기 4골의 아마두 사냐, 2골을 넣은 프랑스 2부리그 소속 이브라히마 니아네가 요주의 인물이다. 한국도 4경기 2실점의 견고한 수비조직을 갖췄다. 골키퍼 이광연(강원)은 거의 매 경기 선방쇼를 펼치고 있다. 일본전 후반 중반의 노 마크 헤딩 슈팅 때는 역동작에 걸렸는데도 몸을 날려 걷어냈다. 오세훈은 “저희가 말로만 4강이나 결승을 가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체력 등을 잘 준비했다”며 “소원이나 꿈이 아니라 우리의 목표다.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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