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군 본부 주변 도로에서 3일(현지시간) 불타는 타이어들을 배경으로 한 시위자가 손가락으로 승리를 뜻하는 브이(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하르툼=AP연합뉴스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숨진 시위대가 최소 60명으로 파악됐다. 시위대 부상자도 300명이 넘는 가운데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현지 의사단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보안군이 지난 3일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실탄을 발사한 이후 이날까지 전국적인 시위대 사망자가 6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4일 밤 시위대 사망자를 40명으로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몇 시간 사이 집계된 사망자가 많이 증가했다. 지난 이틀 동안 하르툼뿐 아니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서도 군인들의 총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위대 부상자도 3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외신이 전망했다.
수단 군인들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참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방송은 이날 수단 군인들이 하르툼의 병원에서 시위대 부상자들을 내쫓고 의사를 구금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하르툼에 있는 한 병원의 관계자들은 군인들이 지난 4일 병원을 둘러싼 뒤 병원 직원들에게 다친 시위대를 모두 쫓아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또 군인들이 농성장에서 시위대 부상자들을 돕던 의사들을 채찍과 막대기로 폭행했다고 전했다.
올해 4월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두 달 만에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수단 정국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수단 과도군사위원회(TMC)의 압델 파타 부르한 위원장은 야권과의 기존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9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은 군부의 선거 계획을 거부한다며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수단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일 오후 수단 군부의 시위대 진압 사태를 비공개로 논의했다. 이 회의는 영국과 독일의 요청으로 열렸지만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수단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고 AFP가 전했다.
같은 날 미국, 영국, 노르웨이 정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수단 군부가 권력이양 과정과 평화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와 별도로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8개국은 성명을 통해 “수단 국민이 요구하는 민간 주도의 정부로 권력이 이양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11일 수단 군부는 바시르 당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며 과도군사위원회가 국가를 통치한다고 선포했다.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시르는 30년 철권통치를 마감했고 시위대 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작년 12월 19일 수단에서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뒤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 확산했다. 수단 군부와 야권 연대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은 지난달 15일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위한 3년의 과도기 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과도 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대립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