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세가 올해 고 3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본격적으로 두드러지며 올 입시를 주도할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6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고3 학생 수는 51만241명으로 전년도보다 6만420명 줄어든다. 내년 고3 학생 수는 45만7,647명으로 올해보다 5만2,567명이 더 줄며 사상 최초로 40만명대로 급감한다.
일반대 입시와 큰 상관이 없는 특성화고와 각종 학교를 제외할 때 이런 현상은 보다 극명해진다. 국내 일반·특목·자율고의 올해 고3 학생 수(2017년 입학자 기준)는 43만3,364명에 그치고 내년에는 다시 37만9,422명으로 감소한다. 대학입시의 일차적 준비생이라고 할 일반·특목·자율고의 고3 숫자가 내년부터 30만명대로 주저앉는 셈이다. 반면 이 기간 4년제 대학 입학 정원은 35만명을 약간 밑도는 등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재수생을 제외할 때 재학생 수와 대학 정원이 사실상 ‘1대1’ 수준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서게 됐다. 올해를 기점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파장이 대입 전형에 사상 최초로 본격 상륙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는 교과전형·학생부전형 등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두에서 전년보다 합격선이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 등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등급 산정은 불리해져 전반적인 등급 하락세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선 우려되는 것은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다. 합격선 하락이 예상될수록 수험생들은 ‘상향 지원’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발’이 가능한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리게 되면 ‘충원’이 필요한 지방 대학 등으로 갈수록 기피 현상은 심해질 수 있다. 중하위권 학교일수록 수시 비중을 높여 학생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 하겠지만 수험생들의 기피 현상이 커지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렇게 수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질 경우 수시이월인원이 늘며 이들 학교의 정시 모집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중하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정시인 수능 모집 비중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들 학교를 준비할 경우 내신 관리와 더불어 수능 준비에 치중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이는 셈이다.
특히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부터 충남·대전·충북·강원·부산·경북 등 6개 지역에서 고3 학생 수가 지역 대학 모집인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지역 대학의 충원 어려움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해 입시까지 고3 학생 수가 지역 대입정원에 미달하는 지역은 충남·대전 등 2개로 숫자도 수천 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입시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6개 시도로 ‘고3 미달’ 현상이 확대된다. 충남의 경우 대학 정원 대비 고 3학생 비율은 고3이 치르는 이번 입시에서 77%, 내년에는 70%까지 내려가는 등 1만명 이상의 공백이 전망된다. 부산도 이번 입시에서 93%, 내년에는 82%선까지 정원 대비 고3 비율이 급락한다. 재수생 숫자를 감안해도 ‘무조건 입학’이 가능한 수위로 인문계 고교 전반의 학력저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주요 대학들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완화 혹은 폐지로 학령인구 감소시대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응시생 수가 줄어들면 경쟁 심화로 등급 산정이 불리해지기에 잠재적 감소세에 따른 등급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연세대는 올 고3이 치르는 입시부터 수시 전 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서강대도 올해 입시부터 논술전형을 제외한 전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없앴다. 한국외대도 수능 최저 폐지를 발표했고 이화여대·중앙대·동국대 등은 완화 방침을 밝혔다. 서울대도 현 고2가 치르는 2021학년도 입시부터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일부 완화한다. 이밖에 재수생 급증세도 주요 변수다. 고3 학생 감소로 경쟁률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재수 선택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학기 대학 기말고사가 마무리되는 6월 이후 입시를 결심하는 ‘반수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교육계의 관계자는 “올해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여파가 입시지형에 본격 상륙해 이에 대한 준비가 요구된다”며 “적절한 대학구조조정이 더해져야 수험생들의 혼란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