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의 ‘과한 회식문화’가 청와대 청원에까지 올라 망신을 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청와대 청원 이후 내부 회식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농협 직원의 아내’라고 밝힌 청원인은 ‘농협은행 회식문화’라는 글을 통해 “농협에 다니는 남편이 지나친 회식으로 하루하루 힘들어한다”며 “자정이 다 돼 귀가하면 지쳐서 바로 잠들고 다음 날 그대로 출근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농협의 과도한 회식과 함께 저희 가정은 가족과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사라져가고 말았다”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식자리에 불참하면 다음 날 상사가 주는 눈치가 두려워 (회식 불참) 말을 꺼내기도 힘들어한다”고도 했다.
청원인은 또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술자리가 곧 승진과 인사상의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인의 능력과 업무성과보다 회식문화에 더 치중돼 있는 게 너무 슬픈 현실”이라며 “잦은 회식, 퇴근시간을 앞두고 예고 없는 회식통보, 즉흥적인 회식, 술 강요, 잔 돌리기, 2·3차까지 이어지는 회식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도한 회식문화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직장 내 불화가 생기거나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있다”며 “올바른 회식문화를 갖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 지침을 내려달라”고 청원했다. 청원인이 실제 농협 직원의 아내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는데다 ‘농협(중앙회)’과 농협은행을 혼동해 표기하면서 청원 내용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만 청원 글이 올라온 후 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 전체에 “지나치게 잦은 회식과 술잔 돌리기 등의 회식 문화를 지양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에서도 “대체로 맞는 내용”이라며 청원 내용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청원인의 실체 여부와 관계없이 청원 글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특히 내부의 젊은 직원들은 청원 글을 상당히 반겼다는 후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국민청원을 쓴 사람이 실제 농협은행 직원의 가족인지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글 내용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은행 차원의 큰 행사에서는 음주를 자제시키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