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 관련 투자에 몰리면서 시중은행의 골드바 품귀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골드바 판매는 최근 한 달 새 두 배로 늘어나면서 일부 영업점에서는 없어서 못 팔거나 구입 신청 후 실제 매입까지 한 달간의 대기 기간이 있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본지 5월15일 1·10면 참조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월별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59억6,000만원으로 4월 말(81억7,000만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평균 골드바 판매액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4월부터 판매가 급증하더니 지난달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이 팔려 나갔다. 골드바는 은행 영업점에서 실물 금을 직접 사고파는 상품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데다 언제든지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실제 일부 시중은행은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미니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 곳도 있고, 농협은행의 경우 6월 판매 신청분은 7월에야 골드바 실물을 수령할 수 있을 정도로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금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다 경기침체의 신호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 PB센터 팀장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가들의 불안 심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며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골드바와 같은 금 관련 자산을 분할 매수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 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금 매입가와 매도가의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하는 데 주목해 단기 ‘금테크’를 하려는 수요까지 붙으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달러예금이 환율 변동성 심화로 주춤하면서 골드바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올 5월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총 128억3,900만달러로 4월 말에 비해 2,400만달러 줄었다. 달러예금은 원·달러 환율이 본격 상승한 4월에는 늘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90원선까지 급등한 데 따른 여파로 하락 전망이 우세해지자 환매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값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값(1g 기준)은 5일 5만430원(돈당 18만9,113원)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5만원을 돌파했다. 연초 대비 약 9% 오른 수준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골드바는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단기간에 사고팔기보다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매도 물량이 적은 편”이라며 “금 시세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