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경제학회장에 선출된 이인호(62·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고 민간 활기를 북돋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출과 성장률 등 경제지표가 악화된 요인이 미중 무역분쟁 등 해외환경 여파인데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경제도 쉽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한다고 경기가 확 올라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무엇보다 정책 불확실성 탓에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상당히 처져 있어 최대한 버티면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를 둘러싼 확장재정 논란에 대해 이 교수는 “정부 돈으로 GDP를 만들고 계속 경기를 끌고 갈 수는 없다”며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마중물 역할이 정부의 몫이고 다음으로 민간이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디에 재정을 투입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경기 활성화에 효과적이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쓰기 시작하면 그나마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 중 하나인 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면서 “진짜 어려운 상황에서만 스테로이드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분배를 개선해 국내 시장을 튼튼하게 만든다는 명제가 틀리지는 않다”면서도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써야 하는 정책수단이 2년간 최저임금을 29% 올리는 것이었는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강조되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정책을 썼어도 분배도 더 악화되고 경기가 얼어붙었다”면서 “분배가 경기에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날부터 수석부회장을 맡은 뒤 내년 2월 한국경제학회 정기총회 때 이인실 현 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에 이어 제50대 학회장에 취임한다. 그는 지난 5일 학회 이사회에서 회원 투표를 거쳐 선출됐다. 학회는 차기 학회장이 될 수석부회장을 매년 6월 미리 뽑고 있다. 한국경제학회는 1952년 출범한 국내 최대 경제학회로 회원이 5,000여명에 이르고 ‘경제학연구’와 ‘한국경제포럼’ 등의 학술지를 발간한다.
이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예일대에서는 회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시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전공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을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자문위원장,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