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9조 전력기금 절반 신재생 투입…전기안전 관리는 뒷전

신재생 지원비중 2년새 34→47%

안전 관리는 줄어 기금취지 무색

0815A12 전력산업기반기금 주요 사업별 예산 비중



정부가 전기요금의 3.7%씩 강제 부과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가운데 9,000억원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업비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비중이 급증하면서 전기안전 확보나 전력수요 관리, 도서·벽지 전력 공급 등 전력기금의 본래 취지에 맞는 공익사업은 외면받고 있다.

7일 전력기반센터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및 기금운용계획 상 전력산업기반기금 총 규모는 3조8,168억원이다. 기금 수입의 대부분은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의 3.7%만큼 부과·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2조1,829억원이 걷힐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전력기금 지출을 짜면서 기금관리비와 정부내부지출, 여유자금을 빼고 사업비로 책정한 예산은 1조9,17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7.6% 늘었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 지원 및 융자, 태양광 아이디어시제품 사업화 지원센터 구축 등 단순 보조금이 대부분인 ‘재생에너지 지원사업’에만 전체의 47.3%에 달하는 9,073억원이 들어간다. 지원 규모가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 전체 증가율의 3배를 웃돈다.


2001년 설치된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력수급 안정 △전기사고 예방을 위한 전기안전관리 지원 △도서벽지 주민 등 전력 취약계층 지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등에 쓰이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 1999년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를 한전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전환키로 하면서 당초 공기업이었던 한전이 수행하던 공익사업을 정부가 대신 추진하기 위한 재원 확보 수단으로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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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의 법정 사용용도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 지원’도 명시돼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지원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기금 내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지출 비중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사업 비중이 급증하면서 다른 사업의 재원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지원사업 비중은 2014~2017년 평균 34%에서 2018년 42%, 2019년 47.3%로 급증했다. 반면 2017년(6%)까지 증가세였던 전기안전관리사업 비중은 2018년 5.5%, 2019년 5.1%로 감소했고 전력 취약계층 지원사업인 농어촌전기공급사업도 2014~2017년 평균 8.6%에서 올해 5.9%로 떨어졌다. 원자력핵심기술개발 지원 비중 역시 같은 기간 4.1%에서 3.1%로 하락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모든 기금과 예산은 합목적적으로 균형 있게 쓰여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 지원에만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회적 책무를 대신하라는 취지로 조성된 기금의 원래 취지에 맞는지도 의문”이라며 “‘보조금 따먹기 선수’들만 늘어나 정부 의도처럼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안 되고 지원의 실효성은 떨어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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