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판다 외교

<YONHAP PHOTO-0846>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and his Chinese counterpart Xi Jinping attend a welcoming ceremony for two Chinese giant pandas - male Ru Yi and female Ding Ding - at the Moscow zoo on June 5, 2019. (Photo by Alexander Vilf / SPUTNIK / AFP)/2019-06-06 03:47:38/<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냉전이 한창이던 1972년 2월21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 땅을 밟았다. 닉슨 대통령은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상호불가침과 내정불간섭·평화공존 등 5대 원칙을 담은 상하이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1940년대 후반 국공내전과 1950년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냉랭해졌던 양국의 관계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때 양국 정상은 우정의 표시로 판다와 사향소를 교환했다.

판다는 중국의 상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마리가 안 되는 희귀동물로 중국에서만 서식하는데 80% 이상이 쓰촨성에 분포한다. 중국 정부는 귀엽고 친근한 외모에다 성품이 온화한 판다가 평화와 우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적합하다고 보고 외교사절로 활용해왔다.


판다가 공식적으로 외교관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당나라 때다. 685년 중국 최초의 여황제인 측천무후가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판다 한 쌍을 보냈다. 중국의 판다 외교 형태가 달라진 것은 1980년대부터다. 판다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중국 정부는 1984년 판다 임대방안을 생각해냈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임대한 판다는 물론 그 판다가 낳은 새끼도 중국 소유가 된다. 외교와 상업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한 임대 모델인데 국보인 판다를 돈으로 거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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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한국에 판다를 보낸 것은 1994년 한중수교 2주년 때다.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돌보던 판다는 1998년 외환위기 때 관리부담 등을 이유로 반환됐다. 한국에 판다가 다시 온 것은 사드 사태가 한창이던 2016년. 시진핑 중국주석은 ‘아이바오(愛寶)’와 ‘러바오(樂寶)’라는 판다 한 쌍을 보냈다.

중러수교 70주년을 맞아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 주석이 5일 판다 한 쌍을 15년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달했다. 러시아 동물원은 10억루블(약 180억원)을 들여 판다 우리를 갖춘 별도의 중국관까지 개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달식에서 “러시아에 대한 특별한 존경과 신뢰의 표시”라며 “양국관계는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넘어 전면적인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나저나 판다는 자신이 국제 파워게임의 수단으로 이용된 사실을 알기는 할까. /김정곤 논설위원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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