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청원경찰도 테이저건 등을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두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악성 민원인과 주취자 등을 상대하는 청원경찰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불발 확률이 높은 가스총보다 실질적인 무기를 휴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두고 경찰조차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는 상황에서 대상을 확대하는 게 효과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과잉 진압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달 청원경찰법령 전면 정비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청원경찰은 국가 공공기관과 중요시설, 국내 주재 외국 기관, 민간 사업장 등에서 경비를 담당하기 위해 배치하는 경찰이다. 현행 청원경찰법령상 청원경찰의 장구는 경찰봉을 비롯 호루라기·포승 등으로 규정돼 있다.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과 호신용 경봉 등은 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 1968년 처음 법이 제정된 이후 십여차례 부분 개정이 이뤄졌지만 장구·무기 부분은 개정 내용에 제외됐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청원경찰의 장구·무기에 대한 규정과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다.
현직 청원경찰들은 실제 근무 환경을 고려할 때 무기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일수록 주취자와 악성 민원인과 자주 직면하고 심한 경우 가스총을 사용하지만 제압 효과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쇠말뚝을 휘두르는 남성을 청원경찰이 몸으로 막고 넘어뜨려 제압했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굴삭기 기사가 장비를 몰고 대검찰청 청사에 돌진했을 때도 청원경찰이 가스총을 분사했지만 제지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청원경찰협의회 관계자는 “청원경찰이 수갑도 휴대할 수 없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맨몸으로 피의자를 무릎 꿇려 제압하고 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이저건의 경우 그동안 경찰조차 훈련 부족과 애매한 물리력 사용 기준 등을 이유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청원경찰까지 확대하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직 경찰부터 테이저건을 사용해 피의자를 제압하는 데 각종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청원경찰이 사용할 수 있게 법령을 정비하는 게 의미가 있겠느냐”며 “공권력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은 청원경찰에게 테이저건이 지급됐을 경우 과잉 사용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청원경찰협의회에서도 소지 무기 확대시 경찰청에 교육·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청원경찰법의 체계를 전체적으로 정비하자는 취지에서 연구용역을 공고했다”면서 “현행법에는 근무장소에 따라 장구가 구분돼 있지 않은데 국가시설의 규모와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원경찰이 휴대 가능한 장구 종류를 선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최성욱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