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부라보콘’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Z세대(1990년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신제품으로 빙과업계의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해태제과는 10일 우유 함량을 시중 아이스크림 전문점 수준인 40%로 대폭 높인 ‘부라보 소프트콘’(사진)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새로 나온 부라보 소프트콘은 기존 콘 아이스크림의 경우 10~20%에 불과했던 우유 함량을 두 배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또 국내산 최고 등급인 1A급 우유를 사용하고, 유지방도 15% 가량 높여 진한 우유의 깊은 풍미를 더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기 위해 공기층도 기존 제품보다 절반 가량 낮췄다. 냉기를 잡아두는 동시에 공기를 줄여 상온에서 최대한 빨리 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품질은 높였지만 가격은 기존 부라보콘과 동일한 1,500원으로 유지했다. 시중의 일반 디저트 카페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격과 비교해 60~70% 가량 저렴한 셈이다.
해태제과가 대표 장수 브랜드인 부라보콘을 소프트 아이스크림 형태로 내놓은 것은 침체에 빠진 빙과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2016년 1조7,000억원 규모이던 국내 4대 빙과업체 매출은 지난해 1조3,840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디저트 카페 전문점은 같은 기간 12개에서 112개로 10배 가까이 급증했고, 아이스크림을 취급하는 커피전문점까지 포함하면 3년 새 20배나 늘어났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부라보콘의 대중성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으로까지 확대한 새로운 시도”라면서 “최근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가치소비’와 ‘가성비’를 모두 충족한 제품인 만큼 올 여름 성수기에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970년 4월 국내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으로 출시된 부라보콘은 2001년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 약 47억개가 팔려나가며 누적매출 총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 1인당 90개씩 먹은 양으로, 지금까지 판매된 제품을 모두 연결하면 지구 26바퀴를 돌 수 있는 약 103만㎞에 달한다. 부라보콘은 1970년대 가수 윤형주와 윤석화가 부른 ‘12시에 만나요’ CM송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당시에는 우리 측 대표단이 ‘남한 최고 인기 아이스크림’이라며 북측 대표단에게 부라보콘을 건네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에 북측 대표단이 “미제(미국산 제품)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해 해태제과의 상표와 회사 주소까지 확인해주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