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혁신성장 법안 줄줄이 국회 표류…피기도 전에 시들판

자본시장법·벤처기업특별법 등

개정안 줄줄이 국회에 계류중

'인터넷銀·타다' 등 예견된 파국

'소주성'에만 경제정책 치우치고

법안통과만 바라보는 與도 문제

1115A02 혁신웹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집권 이후 혁신성장 구호를 줄곧 외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정책 집행과 제도화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의 제3인터넷은행 지정 불발에서 보듯 이미 관련 법안이 통과됐더라도 여당은 문제 해결능력과 추진 방향에서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단체의 압박에 눈치를 보고 당내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혁신성장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세 가지 경제정책을 축으로 내세웠지만 무게중심이 소득주도 성장에 치우친 탓에 혁신성장은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혁신성장에 당정은 의지·능력·전략의 부재를 낱낱이 드러낸 셈이다.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 ‘카풀-타다’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 여당이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해 지난 3월 택시월급제 관련 법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택시월급제가 시행되더라도 카풀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택시 업계는 11인승 이상 승합차와 기사를 포함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승차공유 업계는 렌터카 유상운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연착륙을 위한 로드맵을 내놓을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 동산담보법 개정안 등 금융과 기업 혁신을 신장시킬 법안들은 줄줄이 국회에 묶인 상황이다. 10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혁신성장과 관련한 핵심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1,090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680건), 행정안전위원회(1,906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833건), 국토교통위원회(1,143건) 등에 계류된 법안만도 총 5,652건에 달한다. 계류된 법안 전체가 혁신성장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총 계류법안 1만4,447건 가운데 39.1%에 이르는 법안이 핵심 상임위에 묶여 있는 형편이다.

국회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법안 통과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이 생기면 그들을 설득하고 중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가 산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을 방문하고 혁신성장을 강조한다지만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로드맵을 가지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해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제3인터넷은행 지정 불발도 법안이 국회만 통과하면 된다는 집권 여당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1년 전 당내 강경세력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미봉책에 불과한 규제 완화로 입법을 서둘렀을 때 이미 현 상황이 예견됐지만 인터넷은행 지정이 불발되고 나서야 정부 여당은 급하게 대주주 적격성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전략 부재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초빙교수는 “기본적으로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 보니 혁신성장의 의지만 의심받고 있다”며 “피상적인 정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종호·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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