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등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신질환자 ‘지원종합대책’ 등을 구축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조기 상담과 치료를 위해 청년특화정신건강센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현병은 조기 발견·치료 시 비교적 완치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분류된다. 김동욱 부천 맘편한의원 병원장은 “발병 초기인 청소년기에 치료하면 안정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현병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현병 발병 후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6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2주보다 5배가량 길다. 또 조현병 환자 52%는 진단 후 첫 6개월간 정기적인 외래치료를 받지 않는다. 이처럼 상당수의 조현병 환자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부족한 정신건강 예산과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를 가족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정부 기관의 구시대적 인식이 꼽혔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로 정신질환자 관리를 가족·공동체에 맡길 수 없게 됐다”며 “같은 어려움을 겪은 서구권은 일찍이 정신건강 예산을 대폭 높여 국가 주도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 소관 복지 분야 지출예산 중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1.5% 수준이다. WHO 권고치는 5%다.
전문가들은 관련 예산을 확충해 한국형 ‘헤드스페이스(headspace)’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가 백화점 등 100여곳에 설치한 헤드스페이스는 중증 정신질환 초기 발병률이 높은 1020세대가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상담받을 수 있는 청년특화정신건강조기중재센터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약 2조4,000억원을 투입해 정신질환 발병 초기부터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백 교수는 “한국도 조현증 등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정신건강 예산 증액이 부담돼더라도 향후 사회적 비용 감소분을 생각하면 효율이 높은 정책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