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변동성이 큰 장세 속에서 가치주·중소형주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증시 유동성 축소와 경기 하강 등의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실적이 견조하고 저평가된 종목이 주목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7일 기준 중소형주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5.4%로 집계됐다. 이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배당형 펀드의 수익률은 2.6%였다. 이에 비해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은 2.5%였다. 인덱스 펀드 수익률에 비해 일반 주식형 펀드의 성과는 못 미쳤지만 중소형주 펀드만 유독 좋은 성과를 낸 셈이다.
이는 연초 이후 주가 지수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1~2월 급반등한 후 4~5월에는 횡보장세를 나타내다 5월 들어 급락하면서 연초 이후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이에 따라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나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반면 그동안 실적에 비해 저평가받았던 중소형주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이런 종목을 담은 펀드들의 수익률이 우위를 나타냈다. 정용현 KB자산운용 팀장은 “2016~2017년 유동성 장세에서 저평가 받았던 가치주들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차별화된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중소형주 펀드들의 수익률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신한BNPP뉴그로스중소형주펀드·KB주주가치포커스펀드·한국투자롱텀밸류펀드 등이 연초 이후 1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7.6%로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의 경우 80~90개에 달하는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의 가치주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김기백 한국투자운용 매니저는 “지난 2~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의 섹터 주식들에 돈이 몰리면서 중소형주들이 소외됐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탄탄한 실적을 내는 가치주들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어 펀드가 좋은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는 올 들어 16.3%의 수익률을 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주식형 펀드를 통틀어 보기 드물게 1년 수익률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휠라코리아·메리츠캐피탈과 같이 실적이 좋은 중견기업에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보유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골프존과 에스엠이 대표적인 사례다.
펀드매니저들은 당분간 지수가 꾸준히 우상향하기 힘든 상황에서 ‘종목 장세’가 이어지며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의 차별화 양상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 팀장은 “최근 금리 인하 논의가 나오고는 있지만 큰 틀에서 금융위기 이후 풀린 유동성 회수가 예상된다”며 “향후 수년간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에 따른 펀드 수익률 격차도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액티브 펀드가 패시브 펀드를 이기기 어려운 국면이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상승 랠리가 마감하면서 이제 액티브 펀드의 반격이 나올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