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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자전거의 탄생

1817년 독일 드라이스 첫 시연

최초의 자건거 ‘댄디호스’의 모방품./위키피디아최초의 자건거 ‘댄디호스’의 모방품./위키피디아



1817년 독일 남서부 만하임. 산림청 관리인이자 발명가인 카를 폰 드라이스(당시 32세) 남작이 대중 앞에서 ‘빨리 걷는 기계’를 선보였다. 한 시간에 14㎞를 이동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다. 목재로 만든 바퀴에 사람이 올라 다리로 땅을 박차서 전진하는 이 기계는 곧 유럽 각지로 퍼졌다. 발명자의 이름을 따 ‘드라이지네’라는 명칭을 갖게 된 ‘빨리 걷는 기계’는 최초의 자전거로 인정받았다. 프랑스에서 1790년 비슷한 이동수단이 나왔지만 결정적으로 앞바퀴가 고정식이어서 방향을 전환할 수 없었다.


드라이지네가 가장 널리 보급된 나라는 영국. 구조가 간단해 웬만한 목공이면 만들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로 만든 제품과 2인용·여성용이 잇따라 나왔다. 남성들도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을 착용할 정도로 유행에 민감하던 시절, 젊은이들의 필수품으로 각광 받았다. 탈것의 이름도 드라이지네에서 ‘댄디호스’로 바뀌었다. ‘멋쟁이 말’이라는 의미다. 1839년에는 스코틀랜드의 대장장이가 앞바퀴에 달린 크랭크축의 수직운동을 뒷바퀴의 회전운동으로 변환해주는 제품을 개발했으나 시험운전 도중 일어난 사고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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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프랑스에서 앞바퀴에 페달이 달린 제품이 나오고 1871년에는 영국 사업가 제임스 스탈리가 어깨높이의 앞바퀴에 작은 뒷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발명해냈다. 극단적 비대칭 구조의 이 자전거는 속도가 빨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사고가 잦았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1885년에는 스탈리의 손자에 의해 ‘안전 자전거’가 나왔다. 브레이크와 체인, 대칭형 바퀴를 가진 오늘날 자전거의 형태가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같은 해 독일 발명가 고틀리프 다임러는 목재 자전거에 가솔린엔진을 얹힌 오토바이로 특허를 냈다.

목재 바퀴 자전거를 탈 때마다 엉덩이에 멍이 드는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영국인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은 1886년 공기 타이어를 발명했다. 원시 형태의 자전거가 불과 69년 만에 완성형으로 진화한 셈이다. 드라이스가 자전거를 만든 것은 말이 부족했기 때문. 나폴레옹전쟁에서 많은 군마가 죽은데다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유럽에 흉작이 들어 말을 사육할 형편이 못 됐다. 인간이 정녕 변화에 적응하는 존재라면 다시 자전거를 탈 때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줄이고 교통 체증 완화와 건강 증진에 복지예산 절감까지 가능하니까. 21세기는 자전거 르네상스의 시대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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