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기자의 눈] 공수 바뀌어도 똑같은 추경논란

박형윤 경제부




예산실의 A과장은 요즘 몸은 예산실, 마음은 여의도에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짜느라 세종시에 남아 있지만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면 언제든 여의도로 달려가 ‘추경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경을 둘러싼 국회 논란은 수십년째 반복되다 보니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야당은 “선거를 앞둔 환심용 추경”이라고 반대하고 여당은 “민생용 추경”이라고 강조하는 레퍼토리는 여야가 뒤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야가 치고받은 뒤에 항상 추경은 통과됐다. 경제 살리기에 방이 찍혀 있든 민생용에 찍혀 있든 결국 막바지에는 주고받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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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협상 과정에서 추경의 ‘법적 정당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의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 세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집권당은 가장 모호하고 만만한 두 번째 요건을 들어 추경을 편성해왔다. 경기가 괜찮을 때는 일자리, 고용지표가 좋을 때는 경기둔화 등 카멜레온처럼 핑계를 바꿔가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이런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이제라도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추경 요건을 규정하는 법률이 명확해야 본인이 처한 위치에 따라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정치권을 제어할 수 있다. 너무 엄격하게 규정하면 경기 대응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나랏돈을 공돈 쓰듯 하는 정치권과 예산당국에 맡겨두기에는 우리 재정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5년짜리 정권에 저출산 고령화로 십수년 뒤에 나타날 재정충격을 감안해달라고 주문하기에는 무리다. 예산당국의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 예산이 불용된 사업도 버젓이 추경에 이름을 올리는 행태에 대해 엄격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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