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6시47분(현지시각)께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정박해 있던 대형 크레인 클라크아담이 시동을 걸었다.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에 와이어를 결박하는 작업을 전날 마무리한 데 이어 본격적인 선체 인양에 들어간 것이다. 크레인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 불과 26분 만에 허블레아니호의 조타실이 드디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밤 대형 크루즈선에 들이받혀 침몰한 후 13일 만이다.
조타실이 수면 위로 나오자 헝가리 대테러센터(TEK) 등 구조당국은 잠수부 2명을 투입해 곧바로 시신 수색에 나섰다. 크레인을 가동한 지 58분 만에 조타실에서 헝가리인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수습됐다. 선장 경력만 24년이나 되는 ‘베테랑’ 선원도 조타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침몰한 셈이다. 뱃머리에는 사용하지도 못한 구명튜브 세 개가 무심하게 매달려 있었다. 이어 객실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잇따라 수습됐다.
이날 수습된 시신 중에는 엄마·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최연소 실종자인 6세 여자아이도 포함됐다. 여아의 시신은 발견 당시 엄마와 함께 수습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 측 정부 관계자는 엄마가 아닌 외할머니 또는 외할아버지 시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아의 시신이 수습될 때 구조대는 시신에 경례를 하고 머르기트 다리 밑에 준비된 구명정으로 옮겼다. 이날 헝가리 경찰은 인양 작업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앞으로 인력과 헬리콥터·보트 등 수색장비와 인력을 배로 늘리겠다”며 “아직 선체 내부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헝가리 당국은 본 와이어로 허블레아니호를 결속하는 작업을 완료한 데 이어 클라크아담의 고리에 와이어를 잇는 작업까지 마쳤다. 또 양쪽 선실 창문 14개 중 상태가 온전한 1개를 제외한 나머지 13개에 모두 바를 부착하는 등 시신 유실 방지대책을 마무리했다. 이날 사고 지점인 다뉴브강의 수위는 6.7m로 한때 9m 안팎에 이르던 것보다 크게 내려가면서 크레인을 동원한 본격적인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헝가리 당국은 시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선체를 5㎝씩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었으나 수위가 낮아지면서 허블레아니호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과 헝가리 구조요원들은 조타실 수색 이후 선체로도 진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 허블레아니호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 90분 만에 배 안에 있던 시신 4구를 수습했다.
인양 도중 허블레아니호 선미 쪽 난간이 크게 훼손된 것이 발견돼 한때 작업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허블레아니호가 바이킹시긴호에 추돌당한 부분의 파손이 예상보다 심각해 다섯 번째 와이어를 추가로 연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헝가리 경찰은 인양된 허블레아니호를 바지선에 실어 부다페스트에서 40㎞ 남쪽인 체펠섬으로 옮긴 뒤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에는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승무원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지만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승객 7명만 구조됐다. 전날까지 한국인 7명과 헝가리인 선장 등 모두 8명이 실종 상태였으나 이날 4구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되면서 실종자는 4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