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따른 복지지출이 정부를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2.9%포인트나 상승한 97.9%였다. 중국 다음으로 크게 늘었다.
그동안 재정적자는 초과 세수로 상당 부분을 충당했는데 이제 이것으로도 부족해 국채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예산 증가율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의 3배 이상인 9.7%인데도 적자국채를 30조원 더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4월 말까지의 세수는 2013년 월간 지표 발표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기업들의 고용을 위축시키고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실업으로 내몰았다.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수감소는 당연하다. 게다가 주 52시간제 강제적용으로 연장근로에 따른 소득이 줄었다. 이 제도의 적용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본격 적용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도 이미 2.4%로 낮아진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정부 지출이 이어지는 한 적자국채를 더 발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실상 총선용으로 보이는 6조7,000억원의 추경 중 절반 이상인 3조6,000억원을 국채로 조달하겠다고 한다.
선심성 복지로 재정에서 법률에 따른 의무지출 비중은 50%를 넘었다. 체감실업률이 25%에 이르는 청년실업을 위한 지출이 필요하고 고령사회의 문턱을 이제 막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평균수명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시작도 못해 국민연금 수급권은 쌓여만 가고 있다. 정부는 국가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겠다고 한다. 국민들의 의료비 걱정을 줄이겠다며 필수 의료도 아닌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기금이 고갈되면서 큰 폭의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다. 치매도 국가가 평생 보장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우리 자손을 대대로 ‘빚쟁이’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총생산에 대한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38.2%에서 35.9%로 낮아져 정부 재정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곧 다시 40%에 다가서고 이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세금이 정책실패를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것도 부족해 대규모 국채발행까지 불가피하다면 재정안정과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우선 힘들게 입법화한 ‘국가재정법’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추경은 동법 89조의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및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등에만 허용돼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은 내용도 경기부양과 관련이 없고 다분히 총선용 선심성 지역예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청와대 경제수석이 누차 언급한 대외적 경제요인 개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장 경제적ㆍ지리적으로 밀접한 인접국가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일본과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을 실현한 미국과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아가는 일본의 경제를 배경 삼지 못하면 어떤 경기활성화 정책도 허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5G의 확산으로 시간차 없는 글로벌 경쟁에서 외교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국가재정은 포퓰리즘적 소비성 분배의 수단이 아니라 미래전략적 성장의 기반이 돼야 한다. 기득권층을 무작정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혁신적 서비스 산업 지원과 정착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기득권 근로자들을 전면 재교육시키고 기업가정신과 창조정신으로 무장된 신진 인적자원을 양성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