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문가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전년 동월 대비 5.0%에 그쳤다. 3월 8.5%로 반짝 회복된 후 2개월 연속 하락세인데다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부동산·사회간접자본(인프라), 기계설비와 같은 물리적 자산에 대한 지출을 측정한 고정자산투자도 올해 1∼5월 전년 대비 5.6%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6.1%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충격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지표가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중국 경기둔화 추세가 더욱 선명해진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협상 계획이 없는데다 연일 미국의 대중 관세 위협 수위만 높아지고 있어 무역전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000억달러(약 236조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높여 부과한 데 이어 추가로 3,000억달러(약 355조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중국이 올해 6%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부양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류허 부총리는 전날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정책 도구가 충분하고 다양한 도전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며 경제 여건이 한층 악화하면 곧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조만간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 통화완화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민은행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에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지만 무역전쟁이 극도로 심해질 경우 이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베키 류 스탠다드차타드(SC) 중국 전략가는 이날 발표된 지표가 “예상보다 상당히 약한 수치”라며 “이달 말 G20 회의에서 미중 간 정상회담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경우 중국 인민은행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구매·가격·매각·담보(모기지)제한 등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이 전반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며 “부동산 개발을 촉진할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지방정부에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박민주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