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16일 또 한 번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는 등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자 이곳에 사업거점을 둔 외국계 기업들의 ‘홍콩 엑소더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정부가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안 개정을 강행할 경우 중국과 독립적인 사업환경 덕에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한 홍콩의 입지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운용자산 930억달러 규모의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상당수 기업이 홍콩 시위를 이유로 이번주 현지에서 계획했던 기업 행사를 줄줄이 연기했다. 현지 부동산개발 업체인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사회 동요와 경제 불안정을 이유로 14억달러 규모의 부지 입찰계획을 접었다.
이처럼 홍콩에 사업거점을 둔 기업들이 동요하는 것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이 강행될 경우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홍콩에 제공했던 특혜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미 의회는 홍콩에 대한 기존 특별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미국은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앤드루 설리번 펄프리지파트너스 이사는 “홍콩 정부가 법안을 개정하면 상당수의 미국인 경영자들이 비즈니스 거점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자본 탈출과 신용등급 추락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4년 발생한 ‘우산혁명’ 때는 관광객 감소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금융까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경제적 충격이라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은 비중이 4.5%에 불과하지만 금융은 25%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BI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면 홍콩상하이은행·홍콩중국은행 등 현지 대형 은행들의 예금이 줄고 이들 은행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