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고 이희호 여사의 장례식이 14일 엄수됐습니다. 장례식은 사회장으로 치러졌는데요. 고인은 유언으로 국민화합과 평화통일을 당부해 마지막까지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습니다.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희상 국회의장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5당 지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애도를 표했습니다. 여야 간 갈등으로 국회 파행 사태를 맞은 현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과 함께 애도를 표하는 모습에 고인이 생전 바라던 국민화합이 더욱 절실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다소 안타까웠던 점은 DJ의 적통이라 할 수 있는 민주평화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분열 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평화당은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명실상부 ‘DJ사람들’로 구성된 정당입니다. 그렇다고 ‘DJ적통’에서 민주당을 제외한다면 안 될 말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한 새정치국민회의부터 새천년민주당의 정통성을 유지해온 정당 역시 민주당입니다. 서로 다르지 않은 형제가 따로 살림살이를 하다 보니 추도식 준비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일도 발생했습니다.
평화당은 이번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서 상주를 자처하며 추모객을 맞았습니다. 이희호 여사의 타계 다음날인 11일,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 평화센터 상임이사는 장례 일정에 대해 “14일 발인 후 신촌 창천 감리교회에서 장내 예배를 하고 동교동 사저를 둘러본 뒤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하관 예배를 하면 모든 장례 절차가 완료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3일, 김한정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내일(14일) 오전 9시 반 국립현충원에서 장례위원장인 이낙연 총리,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및 사회단체 대표와 추모를 원하는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장 추모식으로 개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재 상임이사가 밝힌 것과 달리 현충원 추모식이 추가된 것입니다.
이에 더해 과거 김한정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박지원 의원을 상대로 했던 말이 돌면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김한정 의원은 2016년 박지원 의원을 향해 “국민의당은 DJ정신을 잇는 당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공동집행위원장인 김성재 상임이사는 10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고, ‘DJ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저랑 가깝다”고 할 만큼 친분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한정 의원은 이번 추도식 과정에서 “궁금한 점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물어보라”고도 했습니다. 민주당과 평화당이 상주 경쟁을 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는 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일각에서 민주당과 평화당의 긴장감을 확대해석 하려 하자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현충원 추모식은 평화당이나 민주당에서 주관한 것이 아니라 장례위원회가 주관했다”며 “김대중평화센터가 평화당하고 밀접한 사람들이 많아서 평화당 사람들이 많이 돕게 됐다. 평화당이 주도하거나 민주당이 주도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DJ 밑에서 정치한 사람들이 빈소에 모여 논의했다”며 “이 여사님이 창천 교회에서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했지만, 바로 현충원에 안장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섭섭할 것 같아 국민들도 많이 참여하고 정치인들도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이 여사가 남긴 유언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습니다. 장례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이렇게 답합니다.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이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첨언을 하자면 2015년 민주당 창당 60주년을 맞아 발간된 ‘국민과 함께, 민주60’이라는 기념집 일부에는 인상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2007년 중도통합민주당 창당.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통합민주당으로 합당. 60년 넘는 기간 동안 민주당은 분열하기도, 다시 합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앞으로도 반복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통합과 분열이 반복될 때마다 통일, 인권, 평화 등 ‘김대중·이희호’가 지키려던 가치들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 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