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이희호 여사의 추도사에서 “여사님께서는 아내와 영부인이기 이전에, 이미 시대를 앞서갔던 선구자였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냈던 지도자였다”고 추모했다.
문 의장은 이날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실시된 이 여사의 추도식에서 “우리는 여사님과 이별을 위해 이렇게 모였다.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슬픔”이라고 애통함을 전했다.
문 의장은 1979년 동교동에서 김 전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 문 의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민주화 운동 등의 이력으로 임용을 받지 못한 때였다. 그는 숭문당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며 통일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류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문 의장은 “여사님 또한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엄혹한 시절을 보내며, 상상할 수 없이 가혹한 시련과 고난, 역경과 격동의 생을 잘 참고 견디셨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여사님께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었다는 말씀을 바친다”고 추도했다. 이어 “당신께선 불모지와 같았던 이 땅에서 제1세대 여성운동가로 활동하셨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높이는 데 평생을 애쓰셨다.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씨앗인 동시에 뿌리였다”며 “또한 한평생 민주주의 운동가였다. 1971년 대선에서 ‘만약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는 다짐은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신념과 확신의 상징이었다”고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문 의장은 “당신께서 평생을 통해 보여주신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함과 인내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민주화 운동의 어머니로서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며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정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생을 바쳐 온 힘을 다해 노력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남아있는 우리들의 몫이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그 꿈을 완성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의장은 끝으로 고인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그는 “여사님께선 젊은 시절의 우리 내외를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선거 기간이면 지원 유세를 오셔서 ‘아들 같은 문희상, 조카 같은 문희상’을 도와달라고 호소하셨다”며 “아마도 80년대, 새끼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접경지역 선거구에서 뛰던 저를 많이 안쓰러워 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함께 하신 위대한 여정에 감히 저도 잠시 있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더 없는 영광이었다. 부디 영원한 동지이며 동행자인 김대중 대통령님 곁에서 편히 잠드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추도사 전문]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오늘 우리는 여사님과의 이별을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 또한 세상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한부분이라지만, 저리고 아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슬픔입니다.
지난 10일 밤 비보를 접하고, 10년 전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떠나보내며 마지막 편지에 쓰신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여사님 또한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엄혹한 시절을 보내며, 상상할 수 없이 가혹한 시련과 고난, 역경과 격동의 생을 잘 참고 견디셨습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여사님께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었다는 말씀을 바칩니다.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여사님께선 아내와 영부인이기 이전에, 이미 시대를 앞서갔던 선구자였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냈던 지도자였습니다.
당신께선 불모지와 같았던 이 땅에서 제1세대 여성운동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높이는데 평생을 애쓰셨습니다.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씨앗인 동시에 뿌리였습니다.
또한 한평생 민주주의 운동가였습니다. 1971년 대선에서 “만약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는 다짐은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신념과 확신의 상징이었습니다.
당신께서 평생을 통해 보여주신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함과 인내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의 어머니로서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당신께선 우리나라가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는 나라로 인정받기를 원하셨습니다.
여유 있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 같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정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생을 바쳐 온 힘을 다해 노력하셨습니다.
마지막 유언마저도 ‘국민을 위해,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남아있는 우리들의 몫이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그 꿈을 완성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여사님께선 젊은 시절의 우리 내외를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선거 기간이면 지원 유세를 오셔서 ‘아들 같은 문희상, 조카 같은 문희상’을 도와달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아마도 80년대, 새끼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접경지역 선거구에서 뛰던 저를 많이 안쓰러워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사님, 그때 저는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후회 없습니다.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함께 하신 위대한 여정에 감히 저도 잠시 있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더 없는 영광입니다.
부디, 영원한 동지이며 동행자인 김대중 대통령님 곁에서 편히 잠드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국회의장 문희상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