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경제가 경찰청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무 중 부상을 입어 진료비 등을 지원받은 경찰공무원은 총 1,689명에 달했다. 이 중 남성 경찰관은 1,563명, 여성 경찰관은 126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12배 이상 압도적으로 부상자가 많다.
그러나 전체 경찰 조직의 남녀 성비를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여성 경찰은 1만3,582명으로 전체 12만448명 중 11.3%를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여성경찰 1,000명 중 9명이, 남성경찰은 1,000명 중 14명이 다치는 수준이다. 특히 부상이 잦은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경찰들은 4월 말 기준 여성이 4,885명이고 남성이 45,979명인데, 이를 감안하면 여성과 남성의 부상 발생률은 더 높아진다.
최근 여성 경찰관들이 치안현장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이른바 ‘여경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이처럼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 경찰관도 남성 경찰관들과 똑같이 현장에서 다치면서 근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구로경찰서 소속 여성 경찰관이 중국동포 주취자 2명을 동료 남성 경찰관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진압을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또 지난 9일에는 통영에서 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떠난 경찰관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여성 경찰관이라 그런 것”이라는 ‘여경 프레임’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안팎에선 ‘여경 무용론’과 ‘여경 혐오’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경찰 젠더연구회는 ‘대림동 여경 사건’을 언급하며 “주취자가 경찰관을 때리는 한국의 공권력 경시풍조에 대한 경종이 돼야 하지 여경 혐오로 확산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민갑룡 경찰청장도 “(대림동 사건) 경찰관들은 나무랄 데 없이 침착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경찰은 생활안전 및 여성청소년 업무 분야처럼 소통이 필요한 수사 및 치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여성 경찰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녀를 떠나 경찰관이 근무 중 부상당하는 건수는 매년 1,700여건에 달한다. 지난 2016년 1,852명, 2017년 1,597명, 지난해 1,689명 등 최근 3년간 총 5,138명이 공상 처리됐다. 치안현장에서 경찰관이 다치는 일을 줄이도록 경찰청 경찰위원회는 새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해 올 11월 시행 예정이다. 경찰위가 지난달 20일 의결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은 경찰관이 필요에 따라 전자충격기와 가스분사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선 경찰관들은 현장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도 보이고 있다. 새 물리력 행사 기준은 어디까지 상대적이고 개인의 판단이 들어가 과잉진압 혹은 소극적 진압이라고 평가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