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놀세권'을 아시나요

'뛰어놀며 자라기 좋은 곳' 주제

교보아트스페이스 '놀세권'展

부부 건축가 등 아이디어 톡톡

브릭으로 만든 '꿈의 공간' 선봬

이승환, 전보림의 ‘놀이동산’이승환, 전보림의 ‘놀이동산’



지하철역과 인접한 역세권, 학교·학원이 가까워 교육환경이 좋은 학세권 등은 주거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전망좋은 뷰세권, 병원 인근의 병세권, 숲 가까운 숲세권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놀세권’에 주목해야 한다. 놀세권은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라기 좋은 동네를 뜻한다.

광화문 교보문고 내 교보아트스페이스가 기획전 ‘놀세권:플레이넷(Playnet)’을 다음 달 14일까지 열고 있다. 건축가 그룹 5팀이 참여해 놀기 좋은 동네의 구성요소를 브릭(놀이용 블럭)으로 제작한 독특한 전시다.

부부 건축가 이승환·전보림 아이디알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크기가 다른 정육면체로 ‘액션!체육관’을 만들었다. 줄타기와 암벽 등반이 가능한 실내 체육관은 완만한 경사로와 리드미컬한 계단이 어우러져 미로찾기의 재미까지 더해준다. 세 아이의 부모라 “아이들의 상상력이 에너지 충만한 액션으로 표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들은 산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미끄럼틀·정글짐 등 놀이기구를 제작한 ‘놀이·동·산’도 선보였다. 교육과 체험, 삶의 지혜가 어우러진 놀이터다.

이승환,전보림의 ‘액션!체육관’이승환,전보림의 ‘액션!체육관’


각각 딸과 아들을 둔 아빠 건축가 서민우와 지정우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단지 배우고 공부만 하는 곳만이 아니라 일상과 상상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이자 그 전체를 담는 그릇같은 공간”이라는 건축가들의 생각이 브릭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실제 전주도서관 디자인에도 이 개념을 투영했다.


엄마 건축가 홍경숙은 어린이들과 함께 브릭놀이를 하며 아이들의 놀이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렇게 찾아낸 ‘매달리다’ ‘흘러가다’의 개념이 작품 ‘놀이오름’에 담겼다. 고기웅 건축가는 미술관에 놀이 개념을 더한 ‘무한연결 놀이터’와 바다의 역동성을 파도의 형태로 그려낸 ‘파도놀이터’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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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우,지정우의 ‘스토라리’ 도서관.서민우,지정우의 ‘스토라리’ 도서관.


고기웅 ‘놀이의 기억’(앞쪽)과 권형표의 ‘네이처 플레이스’(오른쪽부터)와 ‘파도놀이터’, 홍경숙의 ‘놀이오름’고기웅 ‘놀이의 기억’(앞쪽)과 권형표의 ‘네이처 플레이스’(오른쪽부터)와 ‘파도놀이터’, 홍경숙의 ‘놀이오름’


전시전경전시전경


권형표 건축가는 아들과 놀아주느라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써버린 경험이 작품에 담긴 듯하다. 끊임없이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그의 ‘무한 슬라이드’는 미끄럼 오르는 시간은 지루하고 타고 내려오는 시간은 너무 순식간인 미끄럼틀의 아쉬움을 없애버렸다. 학교 운동장을 염두에 둔 ‘네이처 플래이스’는 학교 곳곳에 스민 놀이공간이자 쉼터요 자연이다.

전시전경전시전경


서민우,지정우의 ‘작은 놀이터’서민우,지정우의 ‘작은 놀이터’


이번 전시는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이 함께 기획했다. 도시계획학자 최이명, 조경전문가 김연금 등의 전문가들이 15개월간 서울지역 4개 동네의 어린이 100여 명의 놀이 행태를 분석한 ‘동네놀이 환경진단도구 개발연구’가 전시의 기반이 됐다. 연구 결과를 통해 아이들이 놀기 좋은 동네의 구성요소로 집 앞 놀이터 같은 ‘작은 놀이터’, 학교 운동장 같은 ‘중간 놀이터’, 공원 등의 ‘큰 놀이터’와 체육관 형태의 ‘실내 놀이장소’ 등이 꼽혔다. 친구네 집도 가깝고 미술관 뒷마당, 도서관 앞 잔디밭도 있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다. 한쪽에는 관객이 직접 조립해 볼 수 있는 브릭들이 색깔,크기별로 마련돼 있다. 무료관람.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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