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무역협상 타결이 어려워지고 오히려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 기업들이 입는 타격이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일부 중국 기업들은 실적 감소를 감수하거나 아예 ‘차이나 엑소더스’를 시도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도 관세부과 여파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전거업체인 자이언트의 보니 투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 수출용 자전거를 더는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출용 자전거에 25%의 고율 관세가 붙으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자이언트는 이미 지난해 중국 공장 6곳 가운데 1곳을 폐쇄했으며 미국행 물량을 채우기 위해 대만 공장을 2교대로 가동하고 있다.
투 회장은 “나는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의 시대, 중국의 지구촌 공급이 끝났다는 것을 지난해에 이미 인식했고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헝가리에 새 공장을 짓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업체와의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적대적 통상관계가 악화하면서 자이언트와 같은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앞서 가정용품을 공급하는 홍콩의 대형상사 리앤드펑이 중국을 떠나 공급처를 다원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고객사들의 중국 이탈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글로벌 공급체인 재점점에 나선다고 밝혔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도 중국 내 공장을 대만으로 옮긴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회사 측은 일단 이를 부인했다.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화웨이의 경우 극심한 실적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전날 중국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제재 때문에 올해 300억달러 규모의 감산에 들어가면서 회사 매출이 연 1,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1,071억달러에 이어 올해는 1,250억달러를 목표로 제시했었다. 얼마 전까지도 “싸울수록 강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던 그는 이날 미국 기술 전문가인 조지 길더 및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와의 대담에서 “화웨이를 금 가게 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그처럼 강하고 치밀할지 몰랐다”며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 대한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관세부과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으로 미국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의류·가전·소비제품 등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위치한 제품들에도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기업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의류신발협회 회장인 릭 헬펜바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정부가 3,000억달러 규모에 추가로 부과하는) 25% 관세는 우리를 후려칠 것”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길 수 있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폭죽 등 일부 제품들은 현재 대량으로 물량을 생산하는 곳이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중국산을 비싼 가격으로 들여오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지난 13일 전미상공회의소·전미소매업자연맹 등 경제 관련 단체 및 기업 600여곳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동서한에서 대중국 추가관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