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어선 12일 NLL넘어 남하...軍, 57시간 동안 전혀 몰랐다

[구멍 뚫린 해상경계]

감시레이더·초계기도 탐지 못해

밤새 대기하다 날밝자 삼척항 입항

주민신고 45분 지나서야 軍 도착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지 57시간 동안 우리 군은 전혀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어선은 엔진을 정상가동하면서 삼척항에 입항했으며 주민들이 신고하기 전까지 군과 해경은 감지하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도 군이 늑장대응했다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더욱이 우리 군의 감시 레이더와 초계함, 해상초계기까지 정상 초계활동 중이었으면서도 식별하지 못해 대북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군당국에 따르면 북한 선박의 출항일은 지난 9일이다. 함경북도 모 항구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군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귀순 의사를 갖고 있던 이들은 11∼12일 북한의 감시망을 속이기 위해 위장 조업했으며 12일 오후9시께 NLL을 넘었다.


밤새 운항해 13일 오전6시께 울릉도 동방 30노티컬마일 해상에 이른 이들은 이날 오후 기상악화로 표류했다. 14일 자정께 최단거리 육지로 방향을 정한 이들은 항해를 시작해 오후9시께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 해상에 도달, 엔진을 끈 상태에서 대기했다. 15일 해가 뜨면서 삼척항으로 출발해 오전6시20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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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이들의 존재를 파악한 것은 오전6시50분께 산책을 나온 주민의 신고를 통해서다. 해군에 이 사실이 알려진 시각은 오전7분께. 육군의 인근 철벽부대는 오전7시15분에 사실을 통고받고 첫 인원이 7시35분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철벽부대의 사고 대응부대는 7시35분께 출발해 45분께 도착했다.

주민 신고 시점을 기준으로 해군이 연락받기까지 10분, 육군 인근 부대 전파에는 25분, 사고 대응부대의 현장출동에는 55분이 걸린 셈이다. 대북 용의점 신고 접수 이후 55분이라면 포위망을 겹겹이 둘렀어야 할 시간인데도 최초 출동할 만큼 대응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한 주민은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특히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때 북한 주민 2명이 방파제로 올라왔다. 군은 “어선에 승선한 4명 중 2명은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다”면서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동해 1함대에 보관돼 있는 북한 선박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톤으로 28마력 엔진을 장착했으며 어구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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