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톱(Over The Top)’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제1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참호 속 병사들이 밖으로 나와 공격에 성공했을 때 외치는 ‘승리의 함성’이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OTT’라는 단어가 새롭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늘날 OTT는 주로 ‘TV 셋톱을 넘어선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의 한 인터넷TV가 OTT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국내의 주요 방송·통신사뿐 아니라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서비스 확장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OTT 이용률 역시 2016년 35%에서 지난해 42.7%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OTT의 부상으로 전통적인 TV의 종말론이 제기되면서 이미 가입자 포화 상태에 이른 미디어 시장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인터넷TV(IPTV)와 유력 글로벌 OTT의 제휴, 아마존과 디즈니 등 거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시장 진입은 규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촉발했다.
논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방송과 유사한 OTT가 통신으로 분류돼 방송에 비해 약한 규제를 받아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국내 사업자가 해외 사업자에 비해 망 이용료, 콘텐츠 대가 등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OTT가 이용자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방송통신 융합 환경을 반영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새 제도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할 뿐 아니라 신융합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방송관계법에 OTT 규율체계를 포함하되 규제 수준은 경쟁 상황 평가, 불공정행위 금지 등으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역차별 소지가 제기된 망 이용 대가에 대해서는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OTT에 대한 방송법·IPTV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을 계기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일어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무리 합리적인 OTT제도를 마련한다고 해서 국내 미디어 산업에 밝은 미래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텐츠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은 국경을 넘어 통합되고 있으며 시장의 중심 역시 최종 소비재인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 컴캐스트·AT&T 등의 플랫폼 강자가 드림웍스·타임워너 등 유력 콘텐츠사를 인수하고 디바이스에 집중하던 애플마저 ‘애플TV플러스’를 개시하고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경쟁과 연대로 새 시장을 여는 상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사는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이용자의 관점에서 미래형 플랫폼을 고민하고 콘텐츠사와는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 콘텐츠사 역시 단기수익을 좇기보다 제작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플랫폼사와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제휴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국내의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과 통신사가 통합 OTT를 출범시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역량 있는 콘텐츠 제작사와 공급사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통합 효과가 커지기를 기대한다. 방통위 역시 OTT 시대의 개막을 맞아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방송 규제체계 마련에 대해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도전적 행보로 국내 미디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류로 세계를 매혹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사업자가 힘을 합쳐 나아가면 현재의 흐름을 곧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OTT 시대에 승리의 함성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