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을 핵심으로 한 ‘J노믹스’의 설계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 올랐다. 김 신임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을 보완하는 유연성이 필수”라면서도 “과거 정책 기조로 회귀한다면 실패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며 소주성 유지를 선언했다. 야당에서는 정책 방향을 바꾼다는 명확한 신호가 나와야 할 만큼 경제가 엄중한 판국에 또 ‘소주성 산파’를 앉힌 회전문 인사라며 비난했다. ★관련기사 2·3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위원장, 윤종원 경제수석 자리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해 소주성·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3대 축으로 사람 중심 경제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패러다임 전환은 1~2년 만에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에는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 등 경제주체에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길”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김 실장은 “만병통치약 식 고집이 실패를 자초한다”며 “일관성과 유연성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호승 신임 수석은 “투자·소비 등 내수와 민생 활력을 높이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경쟁력과 생산성이 정책의 기본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는 문책성으로 평가된다. 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질 수 있고 내년 총선에서도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로에서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이 경제실정에 대한 비판에 수세적인 모습만 보인 것에 답답함을 표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실장이 부동산, 사회정책 전문가로 거시경제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최저임금, 소주성 프레임에만 갇혔고 윤 전 수석도 정통 경제관료에다 ‘포용적 성장’ 전문가로 취임 때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는 판단에 전격 교체 카드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소득주도 성장을 수정 없이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며 “편향된 이념만 숭배하는 ‘편 가르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태규·양지윤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