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장비를 모니터링하는 ‘두산커넥트’ 솔루션에는 전 세계 6만5,000여대 장비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의 정보가 모인다. 연료가 20% 미만으로 줄거나 장비에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관리자에게 전달돼 사전에 정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갑작스레 멈추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수만여개 장비의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심에는 클라우드가 있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차·LG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공공기관까지 클라우드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원에서 올해 3조원으로 50%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추세라면 5년 뒤에는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나 삼성페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삼성 어카운트’용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수억개에 달하는 모바일 기기와 IoT 기기들에 대한 인증을 기존 데이터베이스(DB)가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S가 관리 중인 삼성그룹 계열사 IT 시스템 대부분도 클라우드로 옮겼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등 핵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바꾸고 있고 LG CNS는 그룹 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율을 오는 2023년까지 9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상품 출시와 맞춤형 인재 채용, 고객 대응에 활용 중이다. 대한항공과 현대상선 등 업종을 불문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자체 서버를 떠나 클라우드로의 ‘이민’이 이뤄지는 셈이다. 장성우 오라클 전무는 “기업들이 클라우드의 안정성과 혁신성·보안에 대한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며 “올해가 한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금융 분야의 중요 정보도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바뀌었고 공공 분야에서는 보안 강화를 위한 망 분리의 대안으로 클라우드가 떠오르며 금융·공공 분야 클라우드 전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4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GLN) 시스템을 KT 클라우드에 도입했고 우정사업본부는 망분리 사업을 KT의 서비스형 ‘G-클라우드’에 맡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기업 정보보안 담당자들이 클라우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사례들이 하나둘 나오는 만큼 후속 도입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줄줄이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도입 초반만 하더라도 비용을 아끼거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들은 대개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별도의 관리인력을 둬왔는데 이를 클라우드로 아웃소싱하는 형태였다. 특히 사업 특성상 업황이 들쭉날쭉하고 변동성이 크거나 곳간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게 유리했다. 예컨대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 자금도 부족한데다 고객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서버를 얼마나 구축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설 때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필요한 만큼 데이터 저장공간을 쓰고 해당 관리비용만 내면 되므로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보편화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본격화하면서 클라우드의 위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인프라서비스(IaaS) 공급자들이 자신의 클라우드 고객에게 AI나 IoT·블록체인·머신러닝 등을 결합한 플랫폼서비스(PaaS), 소프트웨어서비스(SaaS)를 제공하면서 클라우드 이용이 곧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의미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외부(클라우드)에 맡길 때 가장 우려하는 보안 문제도 첨단기법 활용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는 매출에서 클라우드 기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조직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매출 성장이 평균 2배 더 빠르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임진혁·권경원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