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병원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 관행이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에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다음달 16일부터 시행돼 아직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의 근로감독 과정에서 태움 관행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지난 2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대형 병원 11곳을 대상으로 수시근로감독을 한 결과 일부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10월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을 실시한 종합병원 50곳 중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모독성 발언을 듣거나 입사 후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에게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언을 들은 사례가 발견됐다. 또 수습기간에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괴롭힘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기획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법 시행 전에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이번 근로감독 결과 대상 병원 11곳에서 모두 간호사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등 ‘공짜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사는 근무 특성상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인수인계가 필수적이라 실제 근무시간이 정해진 시간보다 길어지지만 병원 대부분은 출퇴근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한 병원은 3교대 근무 간호사의 조기 출근과 종업시간 이후 노동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병원이 직원 263명에게 주지 않은 연장근로수당만 1억9,000만여원에 달한다.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비슷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에게는 주지 않거나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준 경우, 서면 근로계약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고용부는 앞으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업종과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분야를 중심으로 기획형 근로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드라마 제작 업종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