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핀테크 M&A허용땐 혁신금융 폭발력 더 큰데...국내선 규제발목

금융기관, 비금융사 소유 제한에

국내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 지연

금융사가 비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금융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가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은행장들이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은행이 핀테크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존 금융사가 혁신금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핀테크와의 협력을 넘어 이제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금융 선진국에서는 은행의 핀테크 업체 인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온라인 은행 사업을 사들이는 등 최근 5년간 핀테크 등 150여 개가 넘는 정보기술(IT) 회사를 인수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이피모건체이스도 지난해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 ‘위페이’를 인수하며 핀테크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디지털 전략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스페인의 BBVA의 경우 지난 2014년 인터넷 전문은행 ‘심플(Simple)’을 1억2,000만 달러에 인수한 이후 벤처펀드 조성을 통해 암호화폐, 개인간거래(P2P) 대출, 지급결제 등 분야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 간편결제 시장을 선도하는 페이팔도 인수합병의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팔은 보안업체, 모바일 결제 회사 등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결과 미국 간편결제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최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500만명에 불과했던 페이팔 사용자 수는 현재 2억1,800만명에 달하며 , 연간 거래 건수도 19억 건이 넘는 등 매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관련기사



글로벌 핀테크는 M&A 등의 경쟁을 바탕으로 시장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이 39개로 활성화돼 있는 상황이다. 유니콘 기업이 단 한 곳 뿐인 우리나라와 달리 M&A시장이 성숙하는 등 핀테크가 성장할 토양이 제대로 구축돼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글로벌 핀테크 총투자 중 인수·합병 비중은 65%에 달했다. 인수·합병, 지분투자 등 핀테크 총투자도 2017년 56조원(2165건)에서 2018년 123조원(2196건)으로 성장했다. 미국·유럽 등은 지급결제 분야 중심으로 거래규모가 1조원 이상인 메가딜이 다수 성사하는 등 투자가 활성화돼 있다. 지난해 핀테크 글로벌 톱10 투자현황을 보면 미국 레피니티브(매각액 20조원), 영국 월드페이(15조2,000억원), 덴마크 넷츠(6조4,000억) 등 9건이 M&A로 진행됐다. 반면 최근 4년간 국·내외 VC의 국내 핀테크 기업 투자는 총 96건이었지만 이중 인수·합병(9건)은 약 10%에 불과했다.

혁신금융 발전과 유니콘 핀테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핀테크 M&A를 허용하는 등 금융부문의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핀테크 생태계의 경우 해외와 달리 성숙하지 못하고 경쟁 활성화가 지연되면서 관련 산업성장이 더디다”라며 “관련 법안이 조속히 추진돼야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모두 윈윈하는 혁신 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