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일찍 명퇴를 하고
아직도 직장에 남아 고생하는 아내에게
그래도 생각는다고 보약을 한 첩을 지어 주곤
남편이 다정히 물었다.
- 맛있어?
아내가 대답했다.
- 맛이 써!
아! 참, 아내는 뭘 몰라.
모르긴 뭘 모른다고 그래요? 당신 입 모양만 봐도 속엣말 다 들킨다니까요. 수수꽃다리 잎처럼 쓴 약 들이켜니 절로 오만상 찌푸려지는데 ‘맛있다’는 말 나오겠어요? 입 한 번 떼지 않고 단숨에 들이켠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아래턱 훔칠 때 박하사탕 하나 까주는 센스도 없으면서! 근데, 그 한약 오지게 쓴 거 보니 제대로 지어 오셨네요. 여름 한 철 입맛 돌아 먹는 음식마다 달겠네요. ‘맛이 써!’와 ‘맛있어’는 한 끝 차이라니깐요.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