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성현칼럼] 해외직접투자, 애국인가 매국인가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

규제·반기업적 법안 홍수 속에서

기업 해외투자 는건 생존 몸부림

稅 대폭인하·과감한 인센티브 등

해외진출기업 U턴지원 정책 시급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대 교수



올해 1월에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의 일이다. 학회에 참석한 한인 경제학자들의 모임에 주애틀랜타 총영사가 참석했다. 총영사는 요즈음 애틀랜타 주재 해외 공관장 중 한국영사가 가장 인기가 있다고 했다. 주지사와도 수시로 독대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미국 남동부에 엄청난 수의 한국 기업들이 새로 공장을 세우고 진출하고 있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등공신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미국 뉴욕에서 오래 일한 한인 변호사를 얼마 전에 만났다. 최근 한국에 자주 출장을 온다. 일도 엄청 많아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미국 기업이나 개인들의 일을 많이 했었는데 최근 대부분의 일은 미국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한국 기업들이나 개인의 경우라고 한다.

실제로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어났을까. 데이터를 보면 실 투자금액 기준으로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270억달러에서 300억달러 사이를 유지하던 기업의 해외투자액이 2017년에는 437억달러, 2018년에는 498억달러로 급격히 증가하더니 올해 1·4분기에는 141억달러나 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6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대상국도 2015년까지는 아시아 국가가 압도적이었으나 2016년 이후에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든 기업군에서의 해외투자가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계속되리라 예상된다.


급격히 증가한 해외투자와는 달리 기업들의 국내투자는 4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로 투자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액은 어떨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직접투자액은 지난해 164억달러로 해외로 나가는 투자액의 3분의1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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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해외투자에는 해외시장개척, 무역규제의 우회, 저렴한 노동력 확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국내에 투자할 때보다 수익률이나 투자환경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감으로써 기업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국가위상을 높인다면 애국이다. 하지만 기업의 해외투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얘기다. 해외투자로 인해 줄어든 국내투자는 고용상황이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투자는 지금 당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미래의 경제성장률을 좌우한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정부지출이 투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정부지출은 생산요소로 투입되는 것보다 복지지출 등으로 당기에 소비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미래의 경제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과 반대인 국가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들어 경제에서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높은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을 이끌어내고 있다. 법인세를 낮추고 해외로 나간 공장을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이뤄냈다.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에 대한 여러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임기 동안 대미 직접투자가 급속히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외로 나가는 투자는 매국인 것이다.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고 온갖 규제들이 난무하고 반기업적 법안이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에서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생존의 몸부림이다. 정부는 급격히 늘고 있는 기업의 해외투자가 주는 경고를 들어야 한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 같다. 법인세와 상속세를 과감하게 낮추고 해외로 나간 공장이나 해외투자가 국내로 들어올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정책이 시급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컬의 루이지애나 공장 투자에 대한 답례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착잡해지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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