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슬람 교리가 문제 일으켜' 이집트 젊은층에 '무신론 확산'

지난 17일(현지시간) 간첩 혐의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법원에 출석해 증언 중 기절한 뒤 숨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지난 17일(현지시간) 간첩 혐의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법원에 출석해 증언 중 기절한 뒤 숨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인구의 90%가 이슬람 신자인 이집트에서 신의 존재를 부인하며 무신론을 주장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에서 시작된 혼란이 초래한 새로운 시류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무신론을 주장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집트 동부 도시 후루하다의 한 찻집에서 아사히신문 기자와 만난 아흐메드 할칸(36)은 커피를 주문하면서 “이슬람교는 내 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 믿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슬람신자들이 일출부터 일몰 때 까지 일절 음식을 먹지 않는 라마단 기간이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할칸은 2015년 1월부터 무신론자를 자처하며 인터넷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는 다른 무신론자와 전화로 라마단과 건강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 담겼다. ‘단식을 하면 장수한다거나 금연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는 질문을 던지자 “이집트인의 평균수명을 일본이나 미국, 유럽과 비교해보면 틀린 주장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단식과 금연은 인과관계가 없고 더운 낮시간에 물조차 마시지 않는 건 분명히 몸에 나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생이던 1993년 엄한 아버지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 메카로 이주했다. 학교에서 코란을 암기했다. “신의 말이 실현된 사회야말로 이상향”이라고 믿었다. 5년후 코란에 나오는 “신을 믿지 않는 자들과 싸우라”는 구절에 의문을 느꼈다. “믿지 않는 사람을 개종시키라는 의미이며 이때는 폭력도 허용된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종교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게 됐다. 귀국후인 2010년 6월 신앙을 버렸다.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르면 종교를 버리면 사형이다. 이집트 형법에는 이 규정이 없지만 종교모욕죄로 최고 5년의 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터부를 깬 이집트인의 투고가 눈에 띈다. “신을 믿는다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차별과 증오가 있다”거나 “코란에는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며 무신론자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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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인구는 약 1억명이다. 무신론자에 관한 통계는 없지만 권위있는 파트와(이슬람법의 해석·적용에 대해 권위있는 법학자가 내리는 의견)를 내놓는 역할을 하는 이슬람 최고 법관을 지낸 알리 고마아는 2014년 9월 “6,000명의 젊은이를 조사한 결과 12.5%가 무신론자였다”고 밝혔다.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년 5월에 발표한 보고서는 무신론자를 “100만~1,000만명 사이”로 추정했다.

이집트에는 전부터 지식인을 중심으로 무신론자가 있었지만 최근 몇년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무신론자가 늘고 있다. 사랄딘 핫산 정치종교학자는 대규모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무너진 2011년 이후 이어진 정치, 사회적 혼란이 “젊은이들이 종교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이슬람의 가르침에 입각한 정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2012년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했지만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형제단 회원을 요직에 등용하는 바람에 대규모 시위사태가 재발했다. 핫산은 “형제단의 독선적인 태도를 본 젊은이들이 ‘이게 이슬람이라면 그따위는 필요없다’며 분개, 종교에 의지하기는 커녕 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르시는 2013년 세속파 군부에 구속돼 재판을 받다 지난 17일 법정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현재 군이 주도하는 시시정권의 탄압을 받고 있다.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수니파 최고 권위의 교육기관인 아즈하르는 무신론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3월 인터넷과 전화로 종교상담을 받는 전문 팀을 발족시켰다. 하루 50여 건 정도의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아사히신문의 설명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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