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심리 상담 의뢰인(내담자)의 정신적 취약점과 심리 특성을 악용해 성관계를 맺은 상담사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법 민사항소4부(강재철 부장판사)는 28일 “피해자 A 씨가 심리상담사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 피고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A 씨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분석 상담소를 찾아온 A 씨를 상담하면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던 A 씨와 수차례 성관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심리치료를 마치면 A 씨의 손을 잡거나 포옹을 했고 성관계를 맺으며 성적 욕구를 충족했다. B 씨는 A 씨가 자신에게 갖는 강한 의존 상태를 이용했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와의 상담을 거치면서 ‘전이 현상’을 경험했다”고 판시했다. 전이 현상이란 정신분석·심리치료 과정에서 내담자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등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보인 감정과 패턴을 상담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이된 감정을 경험하는 내담자는 상담가에게 정서적 의존과 친밀감을 강하게 느끼다가 애정을 느낄 수 있고 성관계 요구에 극도로 취약해질 수 있다”며 “상담가가 이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내담자와 성관계를 맺을 경우 내담자는 죄책감과 수치심, 고립감 등을 느끼고 자살 위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에 대한 감정의 전이 현상을 경험하면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고와 성관계를 했다”며 “이는 피고가 상담사로서 원고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며 A 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결을 옳다고 판단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