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시장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이 시작됐지만 정작 시장의 분위기는 우울하다. 공급량이 늘면서 유통가격이 7~15% 급락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7월 생계유통가격은 1㎏당 1,100∼1,300원 선으로 지난해 1,467원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6월 평균 생계유통가격도 평년 대비 대(大)닭 15.9%, 중닭 10.0%, 소닭 7.7% 각각 낮게 조사됐다. 농업관측본부는 “도계 마릿수가 늘어나는 데다가 생산성도 회복됐기 때문”이라며 “다음 달 상순 가격은 초복 수요로 일시적으로 상승하겠지만, 도계 물량이 많아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닭고기는 여름철 초복과 중복 사이가 연중 최고 성수기이다. 복날 삼계탕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가 휴가철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치킨 수요도 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물량이 많아 가격이 예년만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이 힘을 못 쓰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초과”라며 “7월이 되면 통상 소비가 늘어나니 이를 예상하고 입식(병아리를 사육 농가에 들이는 것)을 늘리는데 올해는 정상적인 소비 패턴보다 생산이 더 많이 들어가서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 주변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창궐하고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닭고기에 집중한 게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시각도 있다.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입식을 늘렸다가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또 닭은 날씨에 매우 민감한데, 올봄 날씨가 좋아 생산성이 높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는 매년 골머리를 썩이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역시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농업관측본부는 7월 전체 도계 마릿수는 지난해보다 8.5% 많은 1억1,642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날 삼계탕 소비가 늘어나고, 특히 각 식품회사에서 경쟁적으로 내놓는 가정간편식(HMR) 삼계탕 제품의 보급으로 닭 소비가 증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