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이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시험 3상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자 ‘임상 3상 포비아’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글로벌 제약사도 임상 3상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한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벤처 에이치엘비는 지난 27일 개발 중인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에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신라젠, 헬릭스미스, 메지온, 강스템바이오텍 등 국내 바이오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급락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미약품이 폐암 치료제 ‘올리타’의 임상 3상을 앞두고 전격 중단했다. 올리타는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 26호로 출시됐다. 조건부허가는 임상 2상을 마친 신약이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을 경우 시판 후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후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올리타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심 끝에 무기한 임상을 중단했다.
신약의 임상시험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임상 1상에서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부작용을 확인하고 임상 2상에서는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이어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실시한 뒤 각국 의약품 규제기관에 판매허가를 신청한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상용화까지를 이르는 확률은 1%가 되지 않지만 임상 3상을 통과할 확률은 절반에 달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2006부터 2015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된 신약 임상자료 1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각 임상단계별 성공 확률은 1상(63.2%), 2상(30.7%), 3상(58.1%)였다.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이론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임상 3상은 글로벌 제약사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관문이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도 임상 3상에서 미끄러지는 신약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다국적 제약사 로슈도 10년 넘게 개발에 주력해온 치매 치료제 ‘크레네주맙’의 임상 3상 실패를 발표한 뒤 한때 주가가 급락하는 시련을 겪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 3상의 성공 확률이 절반에 달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도 가장 두려워하는 단계”라며 “임상 3상 실패도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마찬가지로 K바이오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