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안은미 클럽이 될 것입니다. 언제 마음껏 자기 몸을 흔들어봤는지 생각해보세요. 춤추고 나면 대화하기 편해집니다. 마치 클럽처럼요.”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은미(56)가 지난 30년의 창작활동을 회고하는 ‘안은미래’전을 오는 9월 29일까지 시립미술관 서소문 분관 1층에서 개최한다. 트레이드 마크인 민머리에 금빛 왕관을 쓰고 등장한 안은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만 달리다니 보니 어느덧 30년이 됐다. 세상이 바뀌고 춤추는 공간이 매번 다르듯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생각의 관념을 어떻게 깰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미술관을 클럽으로 바꾸며 파격적인 30년 회고전을 시도하는 이유다.
안은미는 1988년 ‘종이계단’을 발표하며 독립 예술가로 첫발을 내디디었다. 같은 해 안은미컴퍼니를 창단해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안은미의 북.한.춤’ 등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는 “무용가라면 기념이 되는 해에 보통 레퍼토리 공연을 하지만 나는 그게 싫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극장에서 석 달간 공연하면 힘들어서 바로 죽지만 전시는 그렇지 않다”고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는 회화·설치·영상·소리·아카이브 자료와 퍼포먼스 무대 등 총 20점의 작품으로 꾸몄다. 내부는 연대표 회화를 중심으로 작가의 삶을 한눈에 보는 공간, 이전 작품을 재창조해 그의 예술세계를 표현한 곳, 직접 디자인한 의상 도안을 진열한 장소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눴다. 바닥에는 안은미 사진이 들어간 공들을 배치해 관객이 전시장을 거닐며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무대 공간 ‘이승/저승’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강연인 ‘몸춤’ ‘눈춤’ ‘입춤’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몸 비우기’를 주제로 안은미가 직접 일대일 지도를 해주고,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예행연습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는 저희가 무대에 계속 있다. 우리의 몸도 전시하는 것”이라며 “전시관을 찾아와 같은 공간에서 춤을 추고 리허설을 지켜보다 보면 춤이란 언어로 서로 만나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라는 생각으로 30년간 안무를 창작해온 안은미에게 춤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추상적인 동작으로는 원래 소통할 수 없다. 하지만 춤은 자신을 잃어버리게 해 오묘하게 소통하게 한다”며 “대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언의 언어”라고 정의했다.
안은미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세계가 점점 침울해지면서 신명 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춤은 노동과 동작이 반대다. 오장육부를 흔들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춤은 삶을 살게 하는 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 달 동안 전시에 직접 참여하고 거쳐 가는 사람들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