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하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마트화·융복합화 등 통해

혁신선도형 산업구조 전환

민관 '원팀' 되어 과감히 도전

4대 제조강국 도약 이뤄야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보듯이 중세의 유럽은 어두운 암흑기였다. 찬란했던 그리스 로마시대의 문명은 쇠퇴하고 사람 중심의 사고는 배척받았다. 하지만 르네상스 운동이 발생하면서 유럽은 다시 태어나게 된다. 봉건사상에서 벗어나 개인의 창조성이 발휘되면서 건축·미술·문학·철학·과학 등 사회 전 부문에서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도전이 이뤄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상뿐만 아니라 유리 제조, 조선 등 다양한 산업이 발전했다. 르네상스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을 가져왔고 이후 유럽은 다시금 세계사의 주역이 됐다.

최근 우리 경제·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대외통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부진에 따른 수출감소 등 경기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제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력산업은 정체된 가운데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지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감한 도전 자체가 부족해진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 환경규제 강화,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등 넓은 영토와 인구를 가진 후발국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독일·일본 등의 선진 강국들도 튼튼한 제조업 기반 없이 경제발전도, 좋은 일자리 창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금 우리 제조업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암흑기로 빠질 것인가,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에서 우리의 선택은 명백하다. 더 이상 기존의 ‘추격형 산업발전전략’은 우리 경제의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첨단 제조업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혁신 선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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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9일 정부는 세계일류기업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2030년 세계 4대 제조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했다.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세계일류기업의 수도 2배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우리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을 민관이 함께 마련했다.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를 통해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신산업 창출과 주력산업 혁신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나갈 것이다. 도전과 축적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전면 개편하는 한편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부 역할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정 최고책임자가 민간과 함께 제조업 혁신을 논의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말 그대로 제조업의 혁신을 범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최빈국에서 세계 6위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한 우리 국민의 잠재력이라면 세계 4대 제조 강국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LNG선박,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LCD·OLED)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일궈낸 성공 DNA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 발전 초기에 정부의 강력한 산업정책에 부응한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전략에 이어 상업화 단계에서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 노력에 정부의 수요창출과 입지 등 적극적인 인프라 지원이 더해져 LNG 선박은 2001년, 메모리반도체는 2002년, 디스플레이는 2004년부터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모두가 원팀이 돼 각자의 위치에서 한마음으로 이뤄낸 결과다.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가보지 않은 길’로 나서야 할 때다. 민관이 세계시장을 향해 과감히 도전해나간다면 우리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실현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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