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정부에 대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경기 부양 방식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에 편중돼서는 안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BIS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경제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 국면에서의 일시적 경기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BIS는 최근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시사하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BIS는 “더는 통화정책을 주된 (경제성장) 엔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경기 부양의 방식은 부채 유발식 성장 모델인 초저금리 정책이 아닌 정부의 구조개혁과 재정·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를 경기둔화 대비책 가운데 하나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IS는 “저금리 조건의 지속은 경제를 지원할 수는 있으나 부채와 금융체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정상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며 “좁은 정상화 길이 더 좁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제로(0)’에 가까운 초저금리 정책은 중앙은행들이 향후 경기하강기 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하며 마이너스 금리와 부실대출로 인한 부진한 은행 수익성은 경기하강을 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과 ECB가 올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호주, 러시아, 인도, 칠레 등 국가는 이미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향후 더 심각한 경기하강에 대비하기 위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려는 전략의 선봉보다는 어디까지나 안전장치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