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분쟁 ‘휴전’에 합의하고 미국과 북한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한국 증시는 ‘랠리’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일시적인 이벤트일 뿐 펀더멘털은 그대로이고, 특히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달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일 코스피지수는 0.88포인트(0.04%) 내린 2,129.74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1,551억원, 61억원씩 동반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무역분쟁 휴전 소식에도 별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장 초반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결국 4원10전 오른 1,158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이 스마트폰과 TV,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0.85%, 3.28%씩 내렸다.
증권가는 미중 양국의 합의가 무역분쟁 ‘완화’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벗어났을 뿐 사태의 해소, 즉 종전 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며 “지난해 3월 무역분쟁 시작 이후에도 일시적인 소강상태만 있었을 뿐 기존에 부과됐던 관세가 철회되거나 관세율이 낮아진 적은 없었다”고 짚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무역분쟁 휴전의) 본질은 사실상 ‘노 딜’”이라며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도 보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실적 부진 우려가 증시 반등을 강하게 억누르는 양상이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대만 가권지수는 나란히 2%가량 급등했지만 유독 한국 증시만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상장사의 올 한 해 영업이익은 136조7,000억원, 순이익은 94조5,000억원으로 2016년(영업이익 134조5,000억원, 순이익 89조3,000억원)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부정적 전망 속에 대신증권은 이날 “코스피지수는 올해 하반기 1,850~2,150포인트 사이를 오르내리는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증시는 매년 7월 지수의 수익률이 다른 달을 웃도는 ‘서머(Summer) 랠리’를 나타내는데 최근 2년 동안 코스피는 이런 경향에서 소외된 측면도 있다.
이제 관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실행 여부다. 무역분쟁의 불씨가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준은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 삼성증권 측은 “최근 미국 연방기금금리의 선물 가격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점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 달러화 하락 역시 국내외 증시를 판가름할 요소”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