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투자하라면서 R&D공제 축소하겠다니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기업 투자 활성화에 필요한 조세제도 개선과제를 담은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건의과제 94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세제지원은 한마디로 문턱은 높은데 주는 혜택은 적다. 신성장산업을 키우기 위한 기술투자에 세제지원을 한다지만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신성장기술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5~1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유명무실하다고 한다. 전체 R&D 대비 신성장 R&D 비중이 10% 이상이면서 세액공제를 받은 뒤 고용인원을 2년간 유지해야 하는 조건 등을 충족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던 세제혜택도 확 줄었다. 기업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으로 0~2%에 불과하다. 2013년의 3~6%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영국(최대 11%), 일본(14%), 프랑스(30%) 등 경쟁국과 비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대기업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3~10%에서 1~3%로 대폭 낮아졌다. 생산성 향상 투자세액공제율도 지난해부터 대기업·중견기업 모두 2%포인트나 깎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재촉하고 생산성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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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율이 축소되면서 2017년 대기업들은 축소 전보다 약 1조원을 더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간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금액이다. 신성장기술처럼 위험 부담이 크고 시장 형성이 초기 단계인 분야는 세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기초·응용·개발 등 사업화 단계와 관계없이 도와줄 필요가 있다. 지금같이 이런저런 조건을 다는 것은 세제지원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원조건 완화 등 상의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다행히 이번주 정부가 발표할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니 반갑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기업의 투자 활력을 끌어올릴 획기적인 대책을 더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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