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포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공시가격 신뢰성은 더 추락하게 됐다. ‘깜깜이 공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애초부터 잘못 산정됐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을 받아 지난 6월 말 정정 고시된 공시가도 문제다. 지난 4월 확정 고시 때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심지어 일부 평형은 2018년 공시가 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4.0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집단으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기존 대로 확정된 단지 간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한 전문가는 “이번 공시가격에 대해 납세자들의 행정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2018년보다 더 하락한 공시가 =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0일 확정 고시한 올해 공동주택 1,339만 가구 공시가격의 이의신청 처리 결과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138가구의 가격을 조정하고, 연관된 5,175가구 가격을 정정 고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개 동 230가구의 공시가도 통째 조정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의 집단 이의신청에 따른 조정이다.
본지가 갤러리아포레의 4월 확정 고시 가격과 6월 정정 고시 가격을 비교한 결과 말 그대로 고무줄 공시가였다. 우선 정정 고시된 공시가격을 보면 4월 때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실제로 이 단지 전용 271.83㎡(102동 45층) 공시가는 46억원으로 정정 고시됐다. 지난 4월 발표 당시 46억 4,000만원 보다 0.8% 떨어졌다. 전용 171.09㎡(6층)의 공시가는 4월 말 24억800만원에서 19억9,200만원으로 4억원(17.3%)낮춰 인하 폭이 가장 컸다. 전용 217.44㎡(102동 6층)은 29억 5,200만원에서 27억 400만원으로 무려 8.4% 하향 조정됐다. 이 평형은 지난 2018년 27억 5,200만원 보다 공시가가 더 낮게 나타났다.
2018년보다 공시가가 더 낮은 사례는 또 있다. 전용 241.93㎡(102동 43층)도 2018년 공시가는 37억 4,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정정 고시된 가격은 36억 8,000만원으로 6,000만원 가량이 하락했다. 갤러리아포레는 초고가 단지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4월 전용면적 241㎡의 경우 50억 원대에 거래됐다.
◇공시가 산정 업무 체계 개선해야 = 감정원은 또 같은 면적의 초고층과 저층의 공시가격을 동일하게 매겼다. 보통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고층일수록 조망권 등을 이유로 공시가격이 높게 정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이의신청이 들어오자 감정원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층별 차이를 둬 102동 43층은 36억 8,000만원으로, 12층(전용 241.93㎡)은 34억 9,600만원으로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산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만큼 공시가 산정 근거와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는 연도별 가격만 나와 있다. 또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아파트의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감정원 직원이 550명인데 직원 1명당 평균 2만 4,000여 가구의 공시가격을 정하고 있다. 공시 업무 담당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