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어제의 적이 동지로...이합집산 이통3사

LGU+의 CJ헬로 인수 놓고

SKT·KT "경쟁 왜곡"거센 반발

내비·음원선 'SKT 1등' 견제

KT·LGU+ 공동전선 구축

M&A·5G 등 현안마다 첨예 대립




국내 통신·방송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SK텔레콤(017670)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가 인수합병(M&A)과 5세대(5G) 등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맞붙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인터넷(IP)TV 1위 KT를 겨냥해 2~3위 간 연대가 이뤄지고, 3위 사업자의 선전에는 1~2위가 함께 견제에 나서는 등 이합집산이 수시로 이뤄져 삼국지를 연상시킨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 국회에서 열리는 정책세미나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을 앞두고 M&A 이슈가 걸려있는 통신 3사 간 물밑 여론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M&A 중 가장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에 들어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놓고 KT와 SK텔레콤이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이 LG유플러스 계열로 편입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알뜰폰 사업 위축과 경쟁 왜곡 등을 주요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CJ헬로는 이통3사의 네트워크를 임대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부문 시장점유율 1위(9.8%) 사업자다. CJ헬로 알뜰폰 가입자의 85%는 KT망을, 나머지 15%는 SK텔레콤 망을 쓴다. 알뜰폰사업자 1위 CJ헬로를 이통사가 품으면 시장 경쟁이 약화하고, 또 그간 CJ헬로 알뜰폰 사업 확대에 망 임대로 일조한 KT와 SK텔레콤의 공이 고스란히 LG유플러스로 돌아간다는 게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지분(50%+1주)만 인수하는 방식인데다 이동통신 3위 사업자로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반론을 펼친다.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총합이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두고서도 통신사 간 입장이 엇갈린다.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된 뒤 재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데 지난해 하반기 31.07%의 점유율을 기록한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은 어떻게든 규제 부활을 막아 유료방송을 추가 인수할 계획이다. 반면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를 위해 합산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기사



M&A만 보면 KT와 LG유플러스가 정면 충돌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이들은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에 대항해 연합 전선을 구축한 ‘동지’였다. 부동의 1위 T맵을 견제하기 위해 양사는 ‘원내비’를 통합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KT 지니뮤직의 주주로 참여하며 SK텔레콤 음원서비스 ‘플로’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KT계열 스팸전화·문자 차단 서비스업체 후후앤컴퍼니와도 협업 중이다.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 보안기술로 치고 나가자 KT가 주도하는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 작업에 LG유플러스가 참여하기도 했다. 3위가 치고 올라오려고 할 때는 1위와 2위가 약속이라도 한 듯 협공을 펼친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4일 일부 매체에 서울 186곳에서 통신 3사의 5G 평균 속도 값을 비교한 결과 181곳에서 자사가 가장 빨랐다는 광고를 내보내자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6일 잇따라 기자설명회를 열어 LG유플러스 측정치가 공정하지 않다며 오히려 각자가 가장 속도가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G와 롱텀에볼루션(LTE)을 함께 서비스해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두고 KT가 “LTE 가입자에 피해를 준다”며 양쪽을 모두 견제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3사가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터라 여러 산업군 중에서도 유독 경쟁의식이 강하다”며 “대개 경쟁사끼리도 친한 경우가 많은데 통신업계 만큼은 예외”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