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해운동맹




1870년대 영국과 인도 항로를 오가던 선주들에게는 ‘투쟁선(fighting ship)’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거대선주들이 공동 운영하는 투쟁선은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선박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의 항로를 따라다니며 고사작전을 벌였다. 한번 찍히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 이때 맹위를 떨쳤던 캘커타동맹은 영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12개 선사가 결성한 것으로 오늘날 해운동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세계 해상 수송량의 60%를 차지했던 영국이 불황에 시달리자 해상화물의 운임이나 운송조건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당시 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선박을 만들거나 소유할 수 없었고 선장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운동맹은 증기선 개발로 정기선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선주들끼리 협력체제를 만들어 경쟁을 배제하고자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1930년대 미국 트럭 운전기사인 맬컴 매클린이 화물 표준화가 가능한 컨테이너를 개발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1970년대에는 크고 작은 해운동맹이 350개까지 늘어나 난립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해상교역에서 국가 간 이익분배 비율을 나누는 협약까지 만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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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해운동맹은 1995년 미국 APL과 홍콩 OOCL, 일본 MOL, 말레이시아 MISC 등 4사의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출발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듬해에는 덴마크 머스크와 미국 시랜드가 새로운 해운동맹을 결성해 양대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해운동맹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2017년 4월 2M과 오션얼라이언스 양대 축으로 재편됐고 여기에 속하지 못한 선사들이 제3의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적해운사인 현대상선이 내년 4월부터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한다는 소식이다. 기존 2M에서는 준회원 자격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앞으로 모든 조건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니 반가운 일이다. 현대상선은 2017년에 경영부실로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3개 동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이 동맹 복귀를 계기로 해운 경쟁력을 키워 해운업 강국의 옛 명성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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