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UAE) 한국 컨소시엄이 2012년부터 시작한 UAE 탐사광구 개발에 성공해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한국 몫의 생산량은 연간 584만배럴에 달하며, 이는 현재 유가 기준으로 연간 3억9,000만달러(약 4,000억원) 수준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기업이 해외 유전을 직접 탐사·개발하고 상업생산까지 성공한 것은 베트남 15-1광구와 11-2광구에 이어 세 번째로, 11-2광구가 2006년 12월 상업 생산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낭보다.
석유공사와 GS에너지는 2일 UAE 아부다비에서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과 함께 할리바 유전의 상업생산 개시를 축하하는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을 비롯해 술탄 알 자베르 UAE 국무장관 겸 ADNOC 사장과 홍일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등 국내외 주요 인사가 참여해 상업 생산을 기념했다.
술탄 알 자베르 UAE 국무장관은 “할리바 유전의 생산 개시는 UAE와 한국 간의 긴밀하고 굳건한 전략관계를 강화하는데 에너지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ADNOC의 2030 스마트 성장전략 가속화에 따라 앞으로도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3월 UAE 3개 광구에 대한 참여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할리파 유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전의 지분은 ADNOC이 60%, 한국컨소시엄이 40%(석유공사 30%, GS에너지1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컨소시엄은 보유 지분 만큼 원유와 가스를 확보할 수 있는데, 연간 생산량은 584만배럴, 하루 생산량 4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약 3억9,000만달러 가치로 환산된다. 향후 2023년까지 점진적으로 하루 생산량을 6만 배럴까지 증산할 예정이어서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사실 한국컨소시엄이 할리바 유전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발견원시부존량이 1억8,000만배럴로 평가됐지만 지속적인 탐사와 평가 작업이 성공하면서 그 규모가 6배 이상인 11억 배럴로 증가했다. 발견원시부존량은 유전에 존재하는 자원의 총량을 의미하며 이 중 20~30%가 지상으로 채굴할 수 있는 가채매장량이다.
특히 할리파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위치한 터미널로 이송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최근 있었던 유조선 공격과 해협 봉쇄 위기 등 위급한 상황에서도 생산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에너지 안보의 전략적 의미가 큰 것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원유생산은 한국컨소시엄이 탐사, 개발, 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ADNOC과 공동으로 추진해 거둔 성과로 한국 석유기업의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정부 들어 한국과 UAE 관계가 특별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후 나온 첫 가시적 성과로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민간기업의 진출기회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원개발 업계는 모처럼 들려온 낭보에도 이번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번 유전 사업이 상업 생산까지 무려 7년이 걸린 만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자원 정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원 개발은 유전의 탐사권리를 확보하고, 석유 매장량을 확인하는 탐사단계, 유전을 평가하고 생산을 준비하는 개발단계를 거쳐 상업 생산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안목으로 해외자원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 미래에는 이번 성공사례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